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의 큰손은 단연 연기금이다. 연기금이란 ‘연금’과 ‘기금’을 합친 말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만든 기금을 의미하다. 일반적으로 사회보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신탁기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안정성, 수익성, 공공성의 원칙에 따라 운용된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1988년 5300억원으로 시작하여 2003년 100조원을 돌파한 이래 2020년 9월 말 그 규모가 785조원에 이르러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 노르웨이 정부연기금(GPFG)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작년 말 국민연금 측은 2022년까지 책임투자 적용 자산군 규모를 기금 전체 자산에서 약 50%로 확대하고 2021년부터 ESG 통합 전략을 국외 주식과 국내 채권 자산에도 적용하겠다고 예고했다. 현재로서는 전체 국내 주식 자산군 가운데 4.5%에 해당하는 규모에만 ESG 관련 투자기업 선정·제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지난 10년간 국내 금융기관 중 최대 규모인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석탄발전에 투자한 것에 관해 거센 비난을 받자, 최근 들어 기후변화 문제를 중점관리 사안으로 지정하고 석탄발전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배제 전략을 도입할 것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말 또다시 결정이 연기됨에 따라 환경단체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전 세계 자산규모 1위 연기금은 일본 GPIF이며, 근로자 전체가 기여금을 낸다는 점에서 우리의 국민연금과 조성 방식이 유사하다. 아베 정권이 외국 자본 유치를 통한 경제 재건을 목표로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유도하기 위해 ESG 투자를 확대하고자 함에 따라 2015년 GPIF가 선제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유엔 책임투자원칙에 가입했다. GPIF는 대부분의 자산을 외부 민간운용사에 위탁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하여 일반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다. GPIF는 현재 포트폴리오 내 모든 자산 군에서 ESG 통합 전략을 따르고 있으며, 2020년 3월 말 기준 총 운용자산 151조엔 중 ESG 지수를 추종하는 운용자산은 약 5.7조엔에 이른다.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