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비트코인 결제 중단”… 폭탄선언에 가상화폐 급락

“채굴로 화석연료 사용 급증” 이유
비트코인 15%·도지코인 22% ‘뚝’
투자자들 “시장 조작 악당” 비난

진도지코인 개발자 먹튀… 90% 폭락
공정위, 거래소 10여곳 현장조사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사진)가 비트코인을 이용한 테슬라 자동차 결제를 돌연 중단 선언했다. 올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가격 폭등을 이끌었던 머스크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한 뒤 반등하고 있지만, 이전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머스크는 13일 오전 7시30분(한국시간)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을 사용한 테슬라 승용차의 구매 결제 허용을 중단한다”고 기습적인 성명을 올렸다.

 

테슬라는 지난 2월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투자를 발표하며 가상화폐 시장을 띄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비트코인으로 전기차 구매를 허용하는 시스템까지 도입한 바 있다.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이용한 전기차 구매 중단을 선언한 이유는 환경 때문이다. 머스크는 컴퓨터를 활용해 전기를 대규모로 소비하는 비트코인 채굴 방식을 언급하며 “비트코인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채굴 탓에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면 결국 탄소 배출량 증가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머스크의 트위터 글이 게재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15% 이상 급락했고 이더리움도 10%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머스크가 ‘도지파더’를 자처할 만큼 애착을 보여 온 도지코인 가격의 하락폭은 22%가 넘었다.

한 시민이 13일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 전광판에 표시된 비트코인 시세를 지켜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자사의 전기차에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전일 대비 급락했다. 뉴스1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장 조작을 의도적으로 일삼는 거짓말쟁이이자 악당”이라며 머스크를 맹비난했다.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띄우기 위해 일부러 비트코인 악재를 터뜨렸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된 가운데 CNN,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도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수개월 동안 과대선전하더니 돌연 방침을 바꿨다”며 그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꼬집었다.

 

13일엔 일본 시바견을 마스코트로 하는 도지코인에 대항해 한국의 진돗개를 마스코트로 내세워 개발된 ‘진도지코인’(JINDOGE)이 ‘먹튀’ 논란에 휩싸이는 일도 벌어졌다. 최근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슈가 됐던 암호화폐 ‘진도지코인’의 개발자가 전체 물량의 15%에 해당하는 물량을 한꺼번에 매도하면서 진도지코인은 오전 11시35분 기준 전일 대비 90% 이상 가격이 급락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달 말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거래소 10여곳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정훈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세종=박영준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