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을 첫째 딸 생각해 불구속 부탁” 정인이 양부 발언에 비난·야유 쏟아져

생후 16개월에 췌장 등 장기 파열돼 숨진 정인 양 양부모에 대한 1심 선고 / 재판부, 양모 장모씨에 무기징역, 양부 안모씨에 징역 5년 선고하고 법정구속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 14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한 참배객이 정인 양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적 공분을 샀던 이른바 ‘정인이 사건’ 양모·양부에 대한 1심 선고가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에서 이뤄졌다.

 

이날 재판부는 생후 16개월 정인 양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에게 무기징역,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건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 

 

법정에서 양부 안씨는 재판부가 법정구속 사실을 알리자 울먹이며 “혼자 남을 딸(첫째 친딸)을 생각해 2심까지는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방청객들은 분노와 야유를 쏟아냈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모 장씨가 탄 것으로 보이는 호송차를 향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모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 딸 정인(생후 16개월에 사망)양을 상습 폭행 및 학대하고, 같은 해 10월13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를 받는다.

 

그동안 장씨 측은 정인 양을 상습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인 양을 실수로 떨어뜨린 외에 사망에 이를 만한 강한 충격을 가한 사실은 없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해왔다. 

 

특히 정인 양 사인인 ‘장간막·췌장 파열’은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정인 양) 상태가 (아동학대 사례 중)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신체 손상이 심했다”고 지적하며 “피해자가 입양 후 피고인(양부모)의 냉대와 무관심 속에서 가늠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정인이를 떨어뜨려 췌장이 절단됐다’는 장씨 측 주장에 관해선 “등 쪽에 충격이 가해져 췌장이 절단되려면 척추뼈가 골절돼야 한다”면서 “피해자와 유사한 인형을 성인 여성 겨드랑이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실험을 해본 결과 5번 모두 다리가 먼저 떨어졌다. 등 부위가 먼저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췌장 절단 및 장간막 손상이 발생했다는 양모 측 주장에 대해서도 “성인의 경우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갈비뼈 골절이 생기는 경우가 있으나 소아들은 뼈 탄력성이 좋아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 췌장은 간과 폐보다 더 밑에 있는 장기”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씨가) 가슴 수술을 받아 손으로 복부에 둔력 가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 피고인의 손이나 발등 신체 부위로 복부에 강한 둔력을 가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면서 “살해할 확정적 고의는 없었더라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라고 장씨의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정인 양의 우측 대퇴부와 후두부, 늑골 쪽 상처 등도 “일상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폭행 사실이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한 시민이 상복을 입고 정인 양 사진을 끌어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가 판결문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장씨의 얼굴은 잔뜩 굳어졌고, 무기징역이 선고되면서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양부는 선고 내내 땅만 바라보며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재판부는 이날 양부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양부로서 아내의 양육 태도와 피해자의 상태를 누구보다 알기 쉬운 위치에 있었는데도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변명만을 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이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오랜 기간 학대를 방관해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안씨 측은 일부 학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정서적 학대를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고 피해자와 친밀하게 지내려다 다소 과한 점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학대였다. 미필적 고의에 가까웠다”면서 “장씨(부인)가 자신의 방식대로 양육할 것이라고 너무 믿었다”라고 아동학대 방조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검찰은 양모 장씨에게는 사형, 정인 양을 학대하고 아내의 폭행을 방조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남편 안씨에게는 징역 7년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