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결 사건 아니니 가족에게도 말하지 마세요”…보이스피싱 ‘그놈’의 경고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실제 사기범 목소리 17일 홈페이지에 공개 / ‘연변 말투’ 아닌 낮은 톤 표준어 사용 등 특징 / 금감원 “주거래은행 대표 번호 저장 등 필요”
금융감독원이 17일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실제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목소리.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메신저피싱 등의 새로운 범죄도 만연함에 따라, 유사 피해 방지를 위해 누리꾼들이 실제 사기범 목소리를 미리 들어볼 수 있는 음성파일을 17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금감원이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피해예방→보이스피싱 체험관)한 음성들은 실제 사기범의 통화 내용을 금융소비자들에게 신고받은 것이다.

 

공개된 음성 파일에서 남성 전화금융사기범 A씨는 “녹취가 5~7분 정도 소요되는데 지금 고속도로이시면 언제 목적지에 도착하시냐”고 질문한 뒤, ‘사무실 번호’를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면 자신이 다시 연락하겠다는 피해자의 답변을 받았다.

 

그러자 “다른 피해자분들도 있어서 저희가 일일이 시간을 맞춰드리기는 힘들다”며 “직접 연락드려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자기가 전화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운전 중인 피해자에게 “운전 조심히 하세요”라는 말까지 덧붙여 의심을 줄이려 했다.

 

사기범 B씨는 자신을 서울중앙지검의 김현성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뒤, “명의도용 사건이 있어서 확인 차 연락했다”고 피해자에게 말했다. 이어 “사건이 종결된 게 아니어서 제3자나 가족에게 발설하면 안 된다”며 겁도 줬다.

 

사기범 C씨는 “가해자 취급을 하고 전화 드린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라”며 “어느 정도 피해자라고 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전화에서 실제 조사처럼 위장했다.

 

직접 들은 이들의 말은 과거 개그프로그램 등에서 소재로도 활용됐던 ‘연변 말투’의 어눌한 남성 목소리가 아니었고, 낮은 톤의 표준어를 써서 듣는 이의 신뢰를 유도하는 동시에 전문 용어로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는 특징이 있다. 진짜 검찰 수사관처럼 구체적인 사실관계까지 제시해 듣는 이가 덜컥 겁까지 먹게 했다.

 

심지어 “1차 공판에 증거자료로 허가되면, 주변 소음이 들리거나 제3자의 목소리가 포함됐을 때 재녹취 조사를 해야 한다”며, 피해자를 고립된 공간으로 유도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금융회사 직원이라고 소개해 여러 용어를 섞어가며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접근한 뒤, 대출 상담을 위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소득 및 계좌정보, 금융거래 현황 등 개인정보 탈취를 시도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혐의자 목소리 5개중 진짜 사기범의 목소리를 찾아보는 퀴즈코너를 신설했으며, 자녀나 지인 사칭 메신저 채팅 사기수법을 확인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홈페이지에서 제공한다.

 

금감원은 “송금 시 즉시 경찰청(112)이나 송금은행 대표전화로 신속히 연락해 지급정지 신청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평소 주거래은행의 대표 전화번호를 저장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정보노출자 사고 예방시스템(https://pd.fss.or.kr/)’에 개인정보 노출사실 등록과 함께,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www.payinfo.or.kr)’를 활용해 본인명의로 개설된 계좌 또는 대출 현황 등을 확인하라고 덧붙였다.

 

또, ‘명의도용방지서비스(https://msafer.or.kr)’를 통해 본인명의로 가입된 통신서비스 현황 등을 조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소비자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체험형 자료를 지속 제공하는 등, 피해예방 및 최소화를 위한 종합 플랫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