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관련 시위에 대해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림. 개꿀”이라는 조롱성 발언을 해 공분을 샀던 직원에 대해 LH 감사실이 해임 처분을 요구했다.
17일 LH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LH 수도권주택공급특별본부 사원 A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저희 본부엔 동자동 재개발 반대시위함. 근데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림, 개꿀”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3월 초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농민단체가 LH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여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데 이어 게재된 터였다.
당시 이 대화 내용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을 통해서 외부에 공개되면서 당시 LH를 향하던 공분을 가중했다.
이에 LH 수도권주택공급특별본부는 해당 발언과 관련해 일정 기한 내 자진신고할 것을 권고했지만 A씨는 그러지 않았다. 당시 해당 본부 소속 다른 직원이 ‘개꿀’ 발언을 당사자로 오해를 받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3월18일 진행된 감사인과의 면담에서도 ‘개꿀’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허위로 답변했다. 본인 휴대전화 내 문제 오픈채팅방 활동 이력과 관련 애플리케이션도 삭제했다. 이후 3월24일 이뤄진 감사인과의 문답에서도 증거자료를 제시하기 전까지 본인이 한 발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는 사실관계가 확인된 뒤 본인 발언에 대해 “동자동 재개발 반대 시위자들을 조롱하거나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다”며 “순전히 높이가 높아 안 들렸고 저층에 계신 사람들이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관련 글을 게시한 것”이라 해명했다.
그러나 LH 감사실은 ▲A씨의 언행으로 국민적 질타와 공분을 사는 등 LH 명예가 크게 훼손된 점 ▲자진신고를 권고했으나 이를 묵살해 사태를 더 악화시킨 점 ▲문제 채팅방 관련 자료를 모두 삭제하고 조사과정에서 허위 답변으로 일관해 은폐를 시도한 점 ▲조사과정에서 반성이나 뉘우침보다 징계 수위나 신상노출을 더욱 염려한 점 등을 들어 “A씨 행위는 그 비위의 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LH 감사실은 A씨에 대해 해임 처분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LH는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A씨에 대한 징계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