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이렇게 되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자 간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소득 격차 해소에 힘쓰겠다”고 외쳐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인플레이션 우려와 맞물려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미 언론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소득 격차 해소에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할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4.2% 올랐으나 생산직과 비(非)책임자급 노동자 시급은 1.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로써 지난달 물가를 반영한 생산직과 비책임자급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1년 전보다 3.3% 하락했다. 이는 1980년 이후 최대 낙폭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최근 열린 WSJ 포럼에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일 뿐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지난달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지는 않을 것이고, 연준의 사실상 제로(0) 금리정책과 자산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확대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의 경기부양을 위한 과도한 재정지출 탓에 미국 경제가 자유 낙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의 급격한 소비 증가는 향후 미국 경제의 진로에 대한 미국인들의 낙관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지난 10여년 사이에 볼 수 없었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정치적 궁지에 몰릴 것이라고 의회 전문지 더 힐이 지적했다.
미국은 내년 말에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을 새로 뽑는 중간 선거를 한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인플레이션 등 최근 불거진 경제 문제에 잘 대처하지 못했다가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에 패배하는 경우 여소야대 정국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고 더 힐은 전했다.
국기연 기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