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점휴업 4년’ 특별감찰관 이제라도 빨리 임명해야

뜬금없이 부활시키겠다고 나서
그동안 靑연루 비리 의혹 많아
임차료 등 36억원 예산도 낭비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최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다고 어제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네 차례나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으나 국회가 응하지 않았다는 게 이 수석의 주장이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최근 당·청 관계가 당 주도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지만, 지금까지 국정은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이끌어 왔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요청했는데 여당이 ‘나 몰라라 했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청와대가 특별감찰관 임명을 원치 않는 속내를 읽고 여당이 추천을 차일피일 미뤘을 가능성이 높다.

특별감찰관실은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의 비리 감찰을 목적으로 설치된 대통령 직속 조직이다. 임기 3년으로 국회가 3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 출범했다가 2016년 9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사직하면서 기능이 멈췄다. 특별감찰관은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을 임명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후 지금까지 4년간 법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여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특별감찰관을 함께 임명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야당이 공수처법 처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여당이 특별감찰관 임명에 협조하지 않아 흐지부지됐다. 특별감찰관이 공석인 사이 청와대는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았고, 그 결과 온갖 불법·비리 의혹에 연루됐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유재수 비리 무마, 조국 민정수석 비리 의혹 등이 특별감찰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발생했다. 특별감찰관이 없으면 민정수석실이라도 내부 감시를 해야 하지만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특별감찰관실은 4년 8개월째 개점휴업 상태인데도 사무실 임차료와 직원 임금 등을 위한 예산은 그대로 집행되고 있다. 사무실 8곳을 비워놓은 채 월세만 4580만원씩 낸다. 이렇게 4년간 집행된 예산이 무려 34억6400만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감찰관을 갑자기 임명하겠다고 나섰으니 뜬금없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청와대가 진심으로 특별감찰관을 임명할 의지가 있다면 여야에 강력히 주문해 속히 특별감찰관제를 부활시켜야 한다. 특별감찰관은 존재 자체만으로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 실세의 전횡을 막는 예방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 말에는 친인척·측근 비리가 발호하는 경우가 많아 특별감찰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