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부 항소 “징역 5년 무겁다”

앞서 사형 구형한 검찰·양모도 항소할 듯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 및 유기·방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양부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씨의 선고 공판에서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인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정인양을 학대하고 아내의 폭행·학대를 방조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함께 기소된 양부 안씨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또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관련기관 10년 취업제한도 명했다. 재판 후 안씨는 법정구속 됐다.

 

안씨는 이같은 판결에 불복해 1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안씨는 양손으로 정인양의 양팔을 꽉 잡아 빠르고 강하게 손뼉을 치게 하는 등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또 양모 장모씨와 함께 정인양을 주차장에 홀로 방치하거나 장씨의 학대로 몸이 쇠약해진 정인양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안씨는 재판 과정에서 일부 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장씨가 아이를 학대한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양부로서 아내의 양육 태도와 피해자의 상태를 누구보다 알기 쉬운 위치에 있었는데도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변명만을 하고 있다”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오랜 기간 학대를 방관해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장씨도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장씨 측은 정인 양 학대와 폭행 사실은 인정했지만, 살인과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사인이 된 장간막·췌장 파열 역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누워있는 피해자의 복부를 발로 밟는 등 강한 둔력을 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로 인해 당일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인 양의 사인을 감정한 법의학자는 앞선 재판에서 “부검 결과에 따르면 정인 양의 췌장은 사망 당일 외에도 최소 2차례 더 손상을 입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사망 당시 가해진 충격은 장간막까지 찢어지고 췌장이 완전히 절단될 정도로 큰 충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CPR로는 췌장이 절단되는 정도의 강한 힘이 복부에 가해지기 힘들다”고 설명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또 “손상을 입은 상태였던 피해자의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할 경우 치명적 손상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폭행 후 119신고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입양 후 한 달여가 지난 후부터 피해자를 상습 학대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만행으로 사망하게 했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 범행인 만큼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장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