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7일(현지시간) 다른 나라에 최대 8000만회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분을 지원키로 하며 중국이 먼저 시동을 건 G2(주요 2개국) 간 ‘백신 외교전’이 본격화했다. 둘 다 ‘인도주의’를 명분으로 내걸었으나 속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민주주의의 무기고였듯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선 백신의 무기고가 되겠다”며 “(우리가 제공하기로 한) 8000만회분은 다른 국가들이 세계와 공유한 백신보다 5배나 많다”고 말했다. 각각 시노팜, 스푸트니크V 백신을 외국에 지원한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이다.
현재 중국은 80여개 나라와 3개 국제기구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했다. 또 50여개국에 백신을 수출했다. 화이자, 모더나 등 서방에서 개발한 백신을 구하기 어려운 개발도상국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보관이 용이한 중국산 백신을 선호한다.
중국은 백신 외교를 통해 반중 감정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몇몇 개도국에서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재건을 기대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월 아프리카 정상회의에 보낸 축하 메시지에서 “중국이 아프리카의 코로나19 방역을 전폭 지원하겠다”며 “일대일로 사업 협력을 심화하자”고 제안했다.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올해 들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동 등을 순방하며 코로나19 백신의 우선 지원을 약속했다.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중국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에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미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베이징·워싱턴=이귀전·정재영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