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거주하는 A(17)군은 지난해 동네 음식점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근로계약서’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일주일간 15시간 이상 일하면 받을 수 있다는 ‘유급휴일’도 마찬가지였다. 업주가 휴일·야간근무를 요구했지만 근로기준법상 청소년은 하루 7시간 이상 초과근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손님이 없는 날에는 조기퇴근을 강요받으면서도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챙길 수 없었다.
경기도는 18일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에 ‘특수형태 근로 연소자 보호’ 특례조항을 신설하고, 국가교육과정에 노동인권 교육을 편성해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청소년들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배달업종 등에서 특수고용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법적 노동자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특수고용 계약은 실적에 따른 수당을 받는 용역(위임)계약에 해당한다.
이 같은 노동행태는 지난 3월 도가 청소년 배달노동자 12명을 심층면접 조사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근로시간이 하루 10∼12시간인 것은 물론 휴일·심야노동 강요, 사고 시 면책금·치료비 부담 등 인권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류 없이 구두로 계약하거나 보증금 형태의 수수료를 차감하는 경우도 있었다.
도는 고용노동부와 국회 등에 △근로기준법상 연소자 보호 규정을 특수고용 청소년까지 확대 △사업장 노동감독 강화 △청소년 특수고용직에 대한 실태조사 △안전규제 강화 및 안전기준 제시 등을 요청했다.
특히 청소년 배달노동에 대한 감독 강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부처가 함께 현장 점검할 수 있는 감독 권한 공유도 제시했다. 아울러 교육부에는 △전 학년 노동인권교육 체계 마련 △진로교육에 노동인권 관점 반영 등을 건의했다. 청소년이 스스로 노동인권 문제에 대처하도록 장기적 보호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경기도 등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은 조례를 통해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적잖은 청소년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기도에선 2019년부터 해마다 6만명이 넘는 중·고교생과 학교 밖 청소년들이 노동인권 및 법률 교육을 받고 있다.
박승삼 경기도 평생교육국장은 “올해 경기도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의 수요는 10만여명에 달하지만 도내 모든 청소년을 교육할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면서 “하루빨리 학교 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노동인권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도의 움직임은 특수고용돼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 배달노동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 제32조 5항의 ‘연소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는 조항을 근거로 했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특고’ 노동자 전반의 노동권 강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는 계속 이어나가야겠지만 최소한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한 바 있다. 이는 소년공으로 일하다 왼팔을 다쳐 굽은 팔을 안고 살아가는 자신의 아픈 경험을 감안했다는 게 도 안팎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