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희석씨가 사망한 뒤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여러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은 1년째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가 아파트 경비노동자에 대한 첫 종합대책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정책들도 현장에선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6월 내놓은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 및 권익보호 종합대책’은 경비노동자 근무 문제에 서울시 차원의 개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고용안정’이다. 서울시는 갑질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이 경비노동자의 고용불안이라고 보고, 아파트 관리규약에 고용승계 규정을 반영하거나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독소조항이 없는 모범단지 등에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파트 차원에서 경비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도록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19일 확인한 결과 서울시가 대책 발표 이후 보조금을 지급한 아파트는 단 한곳도 없었다.
서울시 대책에는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 경비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업무지시와 폭언·폭행 등 괴롭힘 금지 규정을 신설해 명시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위반하면 관할구청에서 행정지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서울지역 25개 구청에 확인 결과 행정지도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비노동자 측은 서울시에서 만든 규약의 내실화와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안성식 강북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장은 “현재의 규약은 괴롭힘 발생 시 누구에게 신고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고, 신고 이후 조치가 안 될 경우 최소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조항도 없다”며 “A아파트 사례 같은 대량 해고 사태를 막기 위한 입법적 보완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오표 성북구 노동권익센터장도 “정책을 만든 것은 좋지만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이후 작업들이 진행돼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미흡하다”며 “경비노동자 사망 등의 뉴스가 나올 때 반짝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현장에서도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실효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