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면수비수 실점 빌미 모두 제공 손흥민·케인 공격 듀오도 무기력 EPL최종전 앞두고 최악의 부진 유로파리그 출전 티켓도 불투명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은 20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스턴빌라와의 2020~2021시즌 37라운드 홈경기를 1만여 관중이 입장한 가운데 치렀다. 토트넘의 이번 시즌 첫 유관중 홈경기다. 더군다나 레스터시티와의 시즌 최종전이 원정이라 홈팬들을 만나는 시즌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토트넘 구단과 선수, 팬 모두에게 특별한 90분이 돼야 할 경기였다.
그러나, 이 시간은 모두에게 ‘악몽’이 됐다. 토트넘이 부진한 경기력 속에 애스턴빌라에게 1-2로 역전패를 당한 탓이다. 전반 8분 만에 스테번 베르흐베인이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이후 연이은 실책 속에 무너졌다.
측면수비수 세르히오 레길론이 두 골 실점의 빌미를 모두 제공했다. 그는 전반 20분 상대의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걷어내려다 자기 골대에 볼을 꽂았다. 이로써 1992년 8월 1호가 나온 이후 EPL 1000번째 자책골이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의 주인이 됐다. 레길론은 전반 39분에는 볼을 걷어내려다 오히려 상대 선수를 맞혀 골대 앞 기회를 헌납했고, 이를 올리 왓킨스가 역전골로 만들었다.
수비진의 연이은 실수를 공격수들도 만회하지 못했다. 이적설에 휩싸인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득점 사냥에 실패했다. 손흥민도 부진했다. 지난 8일 리즈전에서 리그 17호골을 터뜨리며 차범근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985∼1986시즌 세운 한국인 한 시즌 유럽리그 최다골 타이를 이룬 그는 이날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최종전에서 신기록 수립에 재도전해야 한다. 특히 토트넘은 이날 패배로 리그 7위(승점 59)로 내려서 6위까지 주어지는 유로파리그 진출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결국 팬들이 폭발했다. 관중들은 그라운드를 향해 야유를 보냈고, 최근 슈퍼리그 참가로 논란을 일으켰던 다니엘 레비 회장을 겨냥해 “물러나라”는 구호도 터져나왔다. 일부 성난 팬들이 경기 뒤 그라운드로 난입하려다 경호원들과 충돌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한편, 케인은 경기가 끝난 뒤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현지 매체들은 “케인은 눈시울을 붉힌 채 팬들과 인사했고, 경기장을 울리던 야유 소리도 그의 앞에서 잠잠해졌다”고 전하면서, “케인이 팬들과 ‘작별 인사’를 한 것”이라 추측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