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가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한 첫 대책으로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올리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특위 테이블 위에 올랐던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완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추가 유예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까지 확대 등은 당내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논의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특위는 가격 안정, 투기 근절, 안정적 공급이라는 문재인정부 부동산 3대 원칙에 맞춰 공급 대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전체회의에서는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기존 공시지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6억∼9억원 구간에 대한 혜택을 늘리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감면율이나 세부담상한율 조정 등 세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안팎의 반발이 거세다. 향후 당정 합의나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재산세를 감면하는 정책은 당장은 달콤하지만 총체적 난국을 더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며 “내 집 가격은 오르기를 바라면서 세금은 적게 내겠다는 이중적인 심리에 영합하는 대증요법”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앞서 부동산 세제 완화 논의와 관련해 “쓸데없는 얘기는 입을 닥치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던 소병훈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거대한 댐이 무너지는 것은 작은 쥐구멍에서 시작한다. 부동산 원칙을 건드리면 정책의 근간이 무너진다”며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춘다는 원칙에 동의한다”고 적었다. 보유세인 재산세와 종부세의 과세 기준 완화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종부세 과세 기준 상향(9억원→12억원)은 논의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강남·송파·강동·양천·영등포·노원·은평구 등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민주당 소속 서울지역 구청장들이 특위에 참석해 ‘민심 이반’ 등을 근거로 종부세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당내 ‘부자 감세’ 논리를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위는 종부세 세율을 1주택자에만 탄력적으로 적용하거나 1주택 장기거주자, 고령자 등에 대해선 세금 납부를 연기하는 방안 등 ‘정책 기조 유지 속 미세조정’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의 경우 과세 기준일은 6월 1일이지만 실제 고지서는 11월에 배부되기 때문에 아직 논의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세 완화 논의도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이 빗발치면서 사실상 무산된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해 소득세법 개정 이후 중과 유예기간 1년을 부여했으므로 이미 다주택자들에게 주택을 팔 충분한 기회를 줬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다주택자들에게 ‘갖고 있으면 더 오른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 공급 확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자성도 나오고 있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추가 유예 없이 6월1일부터 바로 시행될 전망이다.
송영길 대표의 ‘LTV 90%’ 공약도 현실화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LTV 90%는 그만큼 무주택자를 배려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로 봐야 한다”며 “지도부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려 중인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위 내에선 부동산 세제 완화보다는 공급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최고위원은 “(특위에서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할 수 있는 충격과 공포를 느낄 만큼 획기적이고 과감한 공급 대책을 내놓는 게 중심”이라며 “주택임대사업자제도상 특혜를 폐지하고 이분들이 가진 150만호가 시장에 나오게 하면 엄청난 공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