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지도교수님보다 더 고맙게 느껴집니다.”
인문사회계열 대학원에서 석사 논문을 쓰고 있는 이모(27)씨는 올해 스승의 날에 지도교수가 아닌 ‘선생님’에게 기프티콘을 보냈다. 그가 말하는 ‘선생님’은 그의 논문 작성을 돕는 지도업자다. 이씨는 복잡한 고급 통계를 다루는 논문 특성상 교수의 지도가 절실했지만, 외부활동으로 바쁜 교수는 논문 지도는커녕 기초적인 조언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 논문 준비에 어려움을 겪던 이씨는 결국 프리랜서 고용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설 논문지도업자를 찾아 나섰고, ‘시간당 7만원’의 선생님을 만나 70만원을 지불하고 논문 지도를 받았다.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지도교수보다 성의 있게 가르쳐주는 사설 업자가 훨씬 큰 도움이 됐다”며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라 비용이 부담됐으나 지도교수가 잘 봐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250만원을 제안한 또 다른 사설 논문지도업자는 “‘노인, 빈곤’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연구 대상과 분야만 제시해주면 주제를 두 개 정해줄 테니 교수에게 가져가 컨펌(승인)을 받아오면 된다”며 “이후 첨삭 단계까지 계속 도와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원생들이 수백만원을 쓰며 사설 업자를 찾는 배경에는 지도교수에 대한 불만이 깔려있다. 대학원생 상당수는 지도교수가 외부활동 등으로 바빠 가르침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설 업자 도움을 받아 쓴 논문으로 지난해 대학원을 졸업한 A씨는 “지도교수가 면담을 밥 먹듯 취소하고 5분간 성의 없게 만나주는 등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아 방법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사설 업자의 도움을 받는 것을 고려 중인 대학원생 박모(29)씨도 “지도교수가 문제가 있더라도 다른 교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고 지도교수를 바꾸는 것도 여의치 않다”며 “사설 업체에 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원생 단체 관계자는 “교원 임용이 정체되면서 학생 수에 비해 교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지도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어 “논문 사교육 시장이 커지면서 학술적 역량이 있는 학자들이 돈벌이를 위해 컨설팅업으로 빠지고 있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지원·김병관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