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처벌 이대로 좋은가? 첫 벌금부터 치료명령 적극 활용해야 [승재현의 법대로] (27)

최근 음주운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01년과 2004년에 벌금형을 받았고 2015년엔 사고를 내 집행유예까지 받은 이가 다시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상태에서 네번째  음주운전이 적발됐지만 법원은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앞서 무면허로 차를 몰다 적발된 적도 6번이나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뿐만 아니다. 2012년과 2015년에도 각각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는 등 음주운전으로 세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연예인의 4번째 음주 역주행 사고에 대해서도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음주운전에 대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한다”고 언급하였다. 

 

도로교통법도 개정된 바 있다.

 

음주운전을 2회 이상 위반한 이는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이 강화됐다. 

 

만취 수준 즉 면허정지 혹은 취소에 관계없이 음주운전을 2번만 하면 최장 5년까지 실형이 부과될 수 있다. 

 

이른바 ‘2진 아웃제’를 도입한 것이다.

 

또 음주운전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2%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 0.08% 이상 0.2% 미만이면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각각 처할 수 있다.

 

첫번째 음주운전이라도 만취 수준에 따라 실형을 내릴 수 있다.

 

이렇게 국민과 대통령, 국회는 음주운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자 하나 법원만 다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개별 사건에 있어 ‘공정’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건과의 ‘형평’도 중요하다. 그게 제대로 된 ‘정의’다

 

판사 입장에서 ‘폭행’, ‘상해’ 등 인신이 침해된 사안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만큼 인신침해 없는 음주운전에 집행유예 없는 실형 선고가 어렵다는 점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음주운전은 폭행, 상해보다 죄질이 낮은 범죄가 절대 아니다. 

 

음주운전은 ‘내가 죽거나, 선량한 남을 죽이고야 끝나는 범죄’다.

 

쉽게 다시 운전할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 형량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만일 법원이 다시 기회를 줄 땐  반드시 음주운전을 막을 수 있는 조치가 먼저 있어야 한다.

 

우리 사법 체계에는 ‘치료감호법’이 있다. 이 법에 따라 알코올을 식음하는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가 통원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으면 법원은 치료명령을 선고할 수 있다. 또 치료기간을 정할 수 있고,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보호관찰을 명할 수 있다.

 

음주운전은 단순한 이탈 행동이 아니다. 버릇으로 고착된 의지적 행위다. 

 

자유박탈 형량을 올리면 음주운전을 억제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근절할 수는 없다.

 

’형량 강화’와 더불어 ‘치료명령’이 같이 가야한다.

 

그리고 이 치료명령은 현 법체계보다 더 빨리 개입되어야 한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피고인은 이미 벌금을 서너번 받은 이다. 음주 버릇이 더 고착됐다는 얘기다. 그만큼 치료도 어렵다.

 

치료명령은 금고 이상의 형벌이 규정되어 있으면 내릴 수 있다. 즉 징역형과 벌금형이 규정되어 있다면 치료명령을 할 수 있다. 벌금형 선고 시에도 치료명령 제도가 적극 활성화되어야 한다. 치료는 빠를수록 효과가 높다.

 

여기에 더해 음주로 실형을 받고 출소한 이에 필요하다면 치료명령을 부가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할 것이다.

 

음주운전은 대중에 대한 ‘테러’ 행위다. 뿌리를 남겨 놓아서는 안 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