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은 ‘세계 다발성경화증의 날’이다. 다발성경화증은 국내 환자 수가 2500여명 수준에 불과한 희귀질환이다. 희귀질환인 만큼 질병과 증상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다발성경화증은 20∼40대 젊은층에서 많이 발병해 수십년에 거쳐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후유증과 장애를 남기는 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디스크나 뇌졸중 등으로 오인해 치료가 늦어질 경우 질병으로 인한 후유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발병률이 높고, 20~40세의 젊은 연령층에서 쉽게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다발성경화증 지난을 받고 치료를 받은 환자는 2523명. 이 중 남성이 892명, 여성이 1631명이다. 특히 20∼40대 여성 환자가 1004명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면역 이상의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유전질환은 아니지만 가족 중 환자가 있는 경우 더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윤성상 교수는 “다발성경화증은 국내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0∼5명이 발생하는 반면 서양에서는 10만명당 100명 이상 발생할 만큼 흔하다. 유전적 성향과 바이러스 등 환경적 영향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발성경화증은 첫 증상이 나타난 뒤 어택(Attack)이라 불리는 재발이 이어진다. 첫 증상 뒤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거나, 계속 악화하거나,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악화하는 등 양상은 다양하다. 이 반복되는 재발을 통해 잘 걷던 일반인이 어느 순간 지팡이를 짚다가, 휠체어를 타다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다발성경화증 관련 설명회에서 “유치원생 애가 있는 딸이 어느 순간부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하냐”는 울음 섞인 하소연이 자주 나오는 이유다.
◆디스크로 착각하고 진단 늦어지면 곤란
전문가들은 질병의 특성상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발성경화증은 한두개 검사로 쉽게 진단되지 않는다. 자기공명영상(MRI), 뇌척수액검사, 유발전위검사 등을 진행하고 발병일과 진행속도, 증상의 호전과 악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단된다.
윤성상 교수는 “한 번 발병하면 평생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 조기에 진단하여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발이 잦을수록 손상이 장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이형수 교수도 “비록 완치는 안 되더라도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많은 경우가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며 “조기에 발견하여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자연적으로 증상이 완화됐다고 하여도 완치가 아니기 때문에 의심증상이 있을 경우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발성경화증 환자가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은 시력저하와 우울증, 마비 및 피로감이다. 여기에 신경손상과 염증의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뇌나 시신경을 침범하는 경우 운동마비와 언어·의식장애가, 척수를 침범하면 사지 운동마비나 감각이상, 배변 및 배뇨장애가 나타난다.
이미 손상된 신경은 회복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한데, 문제는 초기의 경우 감각마비와 저린 증상을 디스크나 뇌졸중으로 차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윤성상 교수는 “마비와 시력저하를 주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시력저하도 양쪽 눈이 아니라 한쪽 눈만 안 보이거나 복시가 발생하는 경우를 잘봐야 한다”며 “저림의 증상도 레르미테 징후, 즉 고개 숙일 때 목에서 척추를 따라 꼬리뼈까지 뻗치는 느낌일 경우 가능성이 큰 만큼 다발성경화증을 의심해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