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싱가포르 합의와 판문점 선언이 명시된 것은 한국과 미국 양국이 조 바이든 행정부 초기의 이견을 봉합하고 공조 대열을 형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 양국 정상이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했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의 전격적 입장 변화는 없다는 평가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며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남북 관계 진전을 촉진해 북·미 대화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진전하면서 긴장을 줄이기 위한 실용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할 의지를 공유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우리의 전략과 접근을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엔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정리했던 미국 입장이 재확인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입장을 다수 반영해 만들어진 싱가포르 합의가 공동성명 차원에서 인정된 것은 북·미 대화 재개에 긍정적 신호지만, 조기에 북한이 대화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의 인식이 일치한다는 상징적 수사를 취하면서도 북한에 대해 어떠한 양보도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완전 이행을 공동성명에 포함시킨 것 역시 미국이 대북 협력에 마지노선을 그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의 대화 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거론하고 있는데, 이번 공동성명에서 여기에 대한 구체화는 없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공동성명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지 않으면서 진지해보이는 모습을 연출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북한 인권 관련 언급도 들어갔다. 다만 인도적 차원의 인권에 한정시켜 간략하게 언급해 한·미 간 의견이 절충된 것으로 보인다.
홍주형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