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형 ‘카니발’도 ‘엔진 오일 누유’ 284명 원성…“100㎞ 주행에 벌써” 분통

기아차 측 ‘실리콘 도포’ 방침에 차주들 “결함 감추는 임시방편” 지적
기아자동차의 신형 ‘카니발’. 

 

기아자동차의 신형 ‘카니발’도 지속적인 엔진 오일 누유현상이 발생했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카니발의 누유 문제는 이전에서도 지적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정의선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이 “신형 카니발 품질에 특히 신경을 쓰라”고 신신당부한 바 있으나 일부 차량에서 누유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채 출고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세계일보가 최초 제보를 기초로 카니발 동호회 등을 대상으로 지난 20∼24일 파악한 결과 추가로 무려 284명이 신형 카니발의 누유 문제로 불편을 호소했다.

 

기아차 측은 이처럼 많은 원성에 직면해 나섰지만 몇몇 소비자는 “임시방편일 뿐 리콜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조차 없는 것 같다”며 입을 모아 분통을 터뜨렸다.

 

최초 제보자인 A씨는 세계일보에 “출고 후 약 15일이 지나 주행거리가 600㎞뿐이 안 된 신차에서 엔진 오일 누유가 발생해 지금껏 피해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신형 카니발을 구매했다. 자동차 정비 엔지니어로 근무한 이력이 있던 그는 차를 인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엔진 오일이 외부로 유출되는 누유 현상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보닛을 열자 누유 흔적이 쉽게 확인돼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할 필요도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달 신형 ‘카니발’을 구매했다는 A씨가 공개한 엔진 오일 누유 흔적을 담은 사진. 엔진룸 내 빨간 원을 살펴보면 갈색 엔진 오일이 새어나오고 있다.

 

A씨는 “출고 후 보름 된 신차에 누유가 있을 것이라 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보닛을 열어보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경력과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인맥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파악하려고 나섰으나 기아차 측은 “고칠 수 없다”며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 늘어놨다는 게 A씨 측 전언이다.

 

이에 할 수 없이 기아차의 성실한 대응을 기대하며 수리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기아차는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안내도 하지 않은 채 2개월여의 시간을 보냈고 그러면서 문제는 더 커졌다는 게 A씨의 지적이다.

 

그는 또 이 같은 문제로 인한 피해가 비단 자신에만 그친 게 아니라고 하소연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펴보니 직장에서 사용하는 같은 차량(옵션을 제외한 동일한 모델) 5대에서도 같은 증상이 확인됐다고 한다. 카니발 동호회에서도 같은 문제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상당수였다고도 했다.

 

동호회를 중심으로 이 같은 민원을 파악한 결과 엔진 오닐 누유문제가 제기된 차량의 주행거리는 최소 신차급인 100㎞에서 최대 1만㎞ 안팎이었다.

 

더 놀라운 건 A씨와 같은 문제로 불편을 겪은 사례가 파악된 것만 283대나 더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 4일간의 조사 결과로 이보다 더 많은 카니발에서 엔진오일 누유 문제가 제기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신형 ‘카니발’을 구매했다는 A씨가 공개한 엔진 오일 누유 흔적을 담은 사진. 엔진룸 내 빨간 원을 살펴보면 갈색 엔진 오일이 새어나오고 있다.
한 카니발 동호회원을 대상으로 지난 20∼24일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 283명이 “누유가 있다”고 응답했다.

 

5000만원에 달하는 신차에서 이 같은 문제를 겪은 이들 차주는 그간 주행 때 불안을 느낀 것은 물론이고 임시방편으로 누유된 오일을 직접 닦는 등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차주가 기아차를 상대로 확인한 문제의 원인은 밸런스캡의 불량이다. 엔진 오일의 외부 유출을 막는 밸런스캡이 정확히 맞지 않아 오일이 밖으로 새는 것이다.

 

지방의 한 기아차 지정 정비소에 근무하는 수리 엔지니어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밸런스캡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정비소를 방문했다는 차주는 세계일보에 “어차피 수리가 불가한 상황인 것을 알기에 그냥 참고 나왔다”고 허탈함을 드러냈다.

 

또다른 차주는 약 1만2000㎞ 주행 후 다른 소비자들의 글을 보고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다고도 했다.

 

A씨를 비롯한 누유 문제로 문제기를 제기한 차주들에 따르면 기아차는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문제가 발생한 밸런스캡을 교체하고 위에 실리콘을 도포할 방침임을 전했다.

 

이들 차주는 이에 “기본도 제대로 안 됐다”며 “결함을 감추는 임시방편”이라고 입을 모아 분통을 터뜨린다.

 

안전한 차량 운행을 위해 리콜 등을 통한 수리가 아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는 게 이들 차주의 지적이다.

 

현재 진행 중인 무상 수리는 보증기간에 한해 하는 만큼 이후 피해를 본 차주는 수리를 위해 일정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불만도 일각에서 터져나왔다.

 

따라서 리콜을 통해 기한에 제한 없이 문제가 발생한 모든 차량이 적절한 조치를 받을 때까지 무상 수리가 진행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실리콘 도포가 쉽게 손상되진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경화에 따른 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그 결과 문제의 밸런스캡에서 추후 누유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A씨는 “기아차의 대응이 너무 부실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지정 정비소를 비롯한 사업소 주재원 등과 연락을 취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결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에서야 수리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며 “이번 무상 수리 후에도 엔진 오일이 누유가 안 된다고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나를 포함한 소비자들이 기아차를 신뢰해 카니발을 선택한 만큼 기대에 부응하는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현재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한 몇몇 차주는 직접 엔진룸을 열어 누유가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한 뒤 무상 수리를 받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제보자 및 ‘카니발’ 동호회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