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을 상대로만 강도 범행을 저지른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항소심에 이르러 정신질환, 생활고 등이 인정돼 감형을 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정총령)는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33)에게 징역 5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19일 오후 9시쯤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B씨(24·여) 집에서 B씨의 얼굴 등을 때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고, B씨 소유의 금목걸이, 금반지, 휴대전화 등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를 협박해 알아낸 비밀번호로 은행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한 후 B씨의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현금 180만원을 송금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B씨가 한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 침대를 판매한다고 올린 글을 보고 B씨에게 연락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같은 해 8월12일 오전 2시쯤 서울 용산구 소재 C씨(56·여)의 집에서 C씨의 얼굴, 복부 등을 여러 번 때리고, 현금 18만원을 뺏은 혐의도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용산구 한남동 인근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서 있던 C씨에게 "같이 술을 마시자"고 접근했다. 그러나 C씨의 집에 들어서자, A씨는 C씨의 목 등에 흉기를 한차례 찌른 후 협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이 사건 각 범행은 A씨가 상대적으로 범행에 취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각 피해자들에 대한 폭행의 정도도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피해자의 경우 현재까지도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고통을 계속 호소하며, A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다만 A씨는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A씨 측과 검찰은 항소했다.
2심은 "A씨에게 불리한 정상, 유리한 정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원심에서 A씨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현재까지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A씨는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A씨가 이 사건 당시 생활고와 함께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었던 점, 각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이 비교적 크지 않은 점, 상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무겁지 않은 점, A씨가 소년 가장인 점 등을 양형에 유리한 정상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