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현재 14명 생존… 평균 연령 만 92세 [여전히 힘든 위안부 할머니들]

절반 이상 치매… 갈수록 건강 악화
정부, 2027년이면 5명만 생존 예측
사진=하상윤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 조사 당시 생존자는 16명이었지만 지난 2월과 이달 초 2명이 별세해 생존자는 14명으로 줄었다. 정부는 2027년이면 생존자가 5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할머니 절반 이상이 치매 진단을 받은 데다 스스로 평가한 건강상태에 대해 ‘나쁘다’고 답한 비율이 75%에 달했다.

26일 여성가족부가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할머니 14명의 평균 연령은 만 92.2세다. 85∼89세는 3명, 90∼95세는 9명, 96세 이상은 2명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실시한 건강생활 실태조사에서 “2020년까지 10년간 2012년 등 5년을 제외하면 매년 20% 이상의 사망률을 보였고, 최근 3년간 평균 생존자 감소율은 20.7%였다”면서 “20% 감소율만으로 추정해도 2027년이면 생존자가 5명 이하로 예측되는데, 현재 대부분 피해자의 연령이 이미 90대임을 감안하면 그마저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16명) 기준 할머니들의 절반 이상은 치매를 앓고 있었고, 고혈압·고지혈증·골다공증 등 각종 노인성 질환도 겪고 있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16명 중 9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는데, 이 중 6명이 고도치매였다. 치매 진행 속도도 빨랐다. 첫 진단 때 5명이 경증, 2명이 중등도, 1명이 고도치매였지만 2020년 조사에서 경증은 2명, 중등도 치매는 1명으로 줄어든 반면 고도치매는 6명으로 늘었다.

의사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응답한 할머니는 4명뿐이었다. 그 외 ‘약간 지장이 있다’는 할머니가 6명, ‘매우 지장이 있다’가 4명,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가 2명이었다.

이와 함께 할머니 중 6명이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갖고 있었고, 골다공증이 5명, 그 외 당뇨(4명), 협심증(3명) 등의 진단을 받았다. 이 외에도 할머니들은 뇌경색, 폐마비, 역류성식도염, 관절염 등 다양한 질환을 겪고 있다. 정부는 “2011년 이후 할머니들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의 꾸준한 감소세가 관찰돼 전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정부 조사 이후 세계일보가 확인한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2017년만 해도 독일 베를린까지 가서 난민 여성을 위한 시민단체에 기부금을 전달할 정도로 활발한 인권운동을 펼쳤던 길원옥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다. 길 할머니 가족은 “스스로 걸어서 화장실 간다거나 하는 것도 못하고 누워만 계신다”며 “가족 정도만 알아보는 수준이고 정상적인 의사소통도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한 할머니는 의사소통이 힘든 가운데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다른 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심해져 요양보호사가 자주 바뀌기도 했다. 나눔의집 관계자도 “잘 걷던 할머니가 잘 걷지 못하고, 잘 드시던 할머니가 거의 드시지 못하고 잠만 주무신다”며 안타까워했다.

 

나진희·이희경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