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첼시 ‘별들의 전쟁’ 뒤엔… 재벌 구단주 ‘자존심 싸움’

30일 UCL 결승서 격돌

러시아 석유 재벌 아브라모비치
첼시 인수해 9년 전에 UCL 우승
UAE 만수르도 맨시티 사들여
막대한 투자에도 아직 정상 못 밟아
강팀 대결 속 ‘錢의 전쟁’도 주목
막대한 투자로 EPL 중위권 구단을 세계적 강호로 성장시킨 대표적 ‘슈가대디’ 구단주들이 30일 열릴 2020∼2021 UCL 결승전에서 맞붙어 양 팀 감독, 선수와 함께 축구팬들의 또 다른 화제가 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 오른쪽 사진은 만수르 맨시티 구단주. 로이터연합뉴스 ·AP연합뉴스

유럽 축구 최강의 팀을 가리는 ‘별들의 전쟁’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2020∼2021시즌이 이제 결승전 한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오는 30일 포르투갈 포르투에 위치한 에스타디우 드라강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 맨체스터시티(맨시티)와 첼시가 우승컵을 놓고 격돌하는 것. 결전이 코앞에 다가오며 양 팀을 이끄는 두 명장인 펩 과르디올라, 토머스 투헬뿐 아니라 맨시티의 케빈 더브라위너, 첼시의 메이슨 마운트 등 스타 선수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 맞대결에서는 감독이나 선수만큼 관심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양팀 구단주들이다. 맨시티와 첼시는 유럽 축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구단주를 보유하고 있는 팀들이다. 이들은 UCL 진출은커녕 리그 우승조차 꿈꾸기 힘들었던 EPL 중위권 팀들을 사들여 막대한 투자로 세계 최고 구단으로 성장시켰다.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2003년 먼저 첼시를 인수해 천문학적 이적료로 스타 선수들을 끌어모아 5번의 EPL 우승을 달성했다. 5년 후인 2008년에는 아랍에미리트의 왕자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얀이 맨시티를 인수해 역시 막대한 이적자금으로 스타 선수들을 영입해 5번의 리그 우승을 만들어냈다.



이들이 등장한 뒤 유럽축구는 중동·동유럽계의 ‘오일머니’와 미국계 투자자본, 중국 재벌기업 등이 엄청난 액수를 투자해 구축한 전력으로 싸우는 ‘돈잔치’가 됐다. 이런 구단주들을 일컫는 ‘슈가대디’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이런 슈가대디의 원조격, 만수르는 대표격인 인물이다.

물론 이들이 막대한 투자로 전력을 강화한 것이 EPL 우승컵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궁극적 목표는 UCL 정상 등극으로 세계 축구의 정점에 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번 결승전은 EPL을 대표하는 강호의 대결일 뿐 아니라 두 세계적 재벌 중 누가 투자의 결실을 손에 쥐느냐는 흥미로운 구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 중 마음이 급한 것은 맨시티다. 구단 인수 후 지난 2018년까지 10년 동안에만 2조1000억원을 투자했고, 이후로도 지속해서 투자를 이어갔지만 아직 UCL 우승을 일궈내지 못한 탓이다. UCL 정상 등극을 위해 2016년 영입한 과르디올라 감독도 아직 만수르 구단주의 꿈을 이뤄주지 못했다. 다행히 올 시즌은 우승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밝다. 시즌 중반 영입한 중앙 수비수 후뱅 디아즈를 중심으로 강력한 수비를 구축해 기존의 공격력에 더해 최강 전력을 완성한 덕분이다. 리그에서도 결승 상대팀인 첼시뿐 아니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등을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의 객관적 전력 평가에서도 확연히 앞선다.

첼시의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이미 지난 2011∼2012시즌 UCL 우승으로 결실을 맛본 바 있다. 다만, 10년 가까이 흐르며 맨시티를 포함한 경쟁팀들에 추격을 허용해 또 한 번의 우승으로 명문의 위상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시즌 초 극도의 부진에 빠진 첼시에 시즌 중도에 부임해 대반전을 만든 투헬 감독이라면 기대를 걸 만하다. 가장 최근 맞대결인 지난 19일 리그 맞대결에서 2-1로 승리해 선수단이 맨시티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도 첼시에 희망적인 부분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