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 주다. 우거진 나무의 녹색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사이사이로 언뜻언뜻 얼굴을 드러내는 넝쿨장미의 빨간색을 보면서 생기 있는 하루를 시작한다. 색채가 주는 효과다. 이런 색채 효과를 일찌감치 주목한 양식이 인상주의였고, 8회에 걸친 전시회를 열었다. 마지막 전시회에서는 폴 시냐크와 조르주 쇠라의 ‘신인상주의 선언’이 있었다. 이들은 인상주의 색채 효과를 이어갔지만, 과학적인 이론을 근거로 그림을 그리려 했다. 인상주의 색채분할법이 본능적이며 직감적으로 이뤄진다고 보았다. 과학 이론을 근거로 색의 대비와 보색 관계, 색 점의 크기까지 고려한 색채 분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시냐크의 ‘생 트롱페즈 풍경’에서는 인상주의 그림과 달리 형태의 윤곽이나 거리감과 공간적인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선에 의한 형태감은 아니지만, 시냐크가 색 점들을 계산적으로 사용해서 형태감을 살렸다. 전경 오른쪽 나무에서 언덕의 능선과 마을의 집들을 거쳐 멀리 강 건너 산과 하늘로 이르는 화면을 지그재그 식으로 구성해 거리감과 공간 관계도 나타냈다. 꽃밭과 마을을 규칙적인 크기의 색 점들로 화려하게 꾸며 놓아 화면 안에 생동감과 활력이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