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옷가게에서 한국인 점원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벨기에 대사 부인에 대해 벨기에 외교당국이 “외교관 면책특권을 포기하겠다”고 28일 밝혔다.
벨기에 대사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주한 벨기에 대사의 배우자인 쑤에치우 시앙씨가 연루된 사건 이후, 벨기에 왕국 외무부는 그녀가 의류 매장에서 행한 자신의 용납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두 명의 해당 직원을 개인적으로 만나 직접 사과했음을 확인했다”며 “쑤에치우 시앙씨의 병원 입원으로 아쉽게도 본 사건에 대한 보다 신속한 회의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사 부인은 지난달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옷가게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직원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피해자 측에서 뺨이 붉게 부풀어 오른 사진과 폭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해 논란이 커졌다. 특히 쑤에치우 시앙씨가 폭행 전 신발을 신은 채 흰색 바지를 입어보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사실 등이 알려지며 안하무인식 행동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벨기에 대사관은 “경찰 조사와 관련해 벨기에 왕국 외무부는 쑤에치우 시앙씨가 본인의 건강 상태가 호전된 즉시 경찰서에 출석해 성실히 조사에 임하였음을 확인했다”며 “또한, 이를 위하여 벨기에 왕국 외무부는 경찰의 요청에 따라 그녀의 외교관 면책특권을 포기했다. 벨기에는 필요에 따라 당연히 한국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터 레스쿠이 대사는 지난 3년 동안 주한 벨기에 대사로서 헌신했다”며 “재임 기간 동안 그는 2019년 3월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국빈 방한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한 벨기에 대사는 교체될 전망이다. 대사관은 “현재 상황으로 인하여 그가 더 이상 대사의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졌음이 분명해졌다”며 “현재 쑤에치우 시앙씨가 직접 사과를 하고 경찰 조사에 임한 점을 고려하여 소피 윌메스 외교장관은 올여름 레스쿠이 주한 벨기에 대사의 임기를 종료하는 것이 양국 간의 관계에 가장 유익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올해, 양국은 한·벨 수교 120주년을 기념한다”며 “소피 윌메스 외무장관과 벨기에 왕국 외무부는 양국의 오랜 우정과 그 역사적 결과물인 강한 정치적, 경제적 유대관계를 재조명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전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