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 다운로드·자동 공유한 30대… 유포 혐의는 무죄

1심,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성착취물 소지 혐의는 유죄, 배포·제공 혐의는 무죄
A씨 “토렌트 프로그램 영어로 돼 있어 ‘자동 공유’ 특성 몰라” 주장
재판부 “A씨, IT분야 지식 없어 프로그램 특성 제대로 이해 못 했을 것”

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토렌트’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다운로드받았다가 해당 파일이 자동으로 업로드되면서 성착취물 소지·유포 혐의 등으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해당 남성이 토렌트의 ‘자동 공유’ 기능을 알았을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성착취물 유포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김래니)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등) 등 혐의로 기소된 A(34)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성폭력 치료강의수강 40시간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월25일 토렌트에서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성착취물을 내려받고, 토렌트를 이용해 이를 유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다수의 토렌트 파일 중 ‘교복.mp4’라는 제목의 43초 분량 성착취물을 다운받았는데, 토렌트의 특성상 내려받은 파일이 자동으로 다른 이용자들에게 공유되면서 해당 성착취물이 다수의 사람에게 배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검찰 측은 재판과정에서 “통상적으로 토렌트 프로그램의 사용 방법은 본인이 다운받으면 동시에 유포가 된다는 걸 사전에 동의하게 돼 있다”면서 “오랜 기간 토렌트를 사용해온 A씨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 측은 “토렌트 프로그램의 특성을 전혀 몰랐고 프로그램이 영문으로 돼 있어 유포가 진행되는 것조차 몰랐다”며 “검정고시를 나와 최종학력이 고졸이다. 영어 자체를 잘 못 하고, 번역기를 주로 사용한다”고 반박했다.

 

쟁점이 된 ‘자동 공유 기능의 사전 인지 가능성’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프로그램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 못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의 성착취물 소지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배포·제공 혐의는 무죄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지난 몇 년 동안 토렌트를 사용해왔기에 ‘과연 몰랐을까’라는 상당한 의심은 든다”면서도 “A씨가 컴퓨터나 IT분야에서 별다른 지식이 없어 영문판 사용 시 프로그램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 못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에서부터 A씨가 업로드 기능을 몰랐다고 주장했는데, 이 부분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A씨도 알았을 것’이라는 추측만으로 기소했다”며 “A씨의 배포 제공에 대한 고의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무죄”라고 판시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