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 범죄가 늘고 있다. 2015년 7741명에 불과하던 주거침입죄 검거인원은 2019년 1만2295명으로 4년 새 58.8% 증가했다. 특히 여성을 노린 주거침입이 잇따르고 있지만 법원이 여성 대상 주거침입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가벼운 형벌만을 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주거침입죄의 형량을 높이고 벌금형을 선고할 땐 보호관찰을 명령할 수 없도록 한 현행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30일 세계일보가 여성이 사는 집에 들어갔다 주거침입 단독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서울중앙·동부·서부·남부·북부지법에서 선고가 난 57건의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25건(44%)이 벌금형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징역형 집행유예가 18건(32%)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실형(7건·12%), 무죄(4건·7%), 벌금형 집행유예(2건·3%), 선고유예(1건·2%)가 뒤를 이었다.
벌금형을 내린 판결문 25건 중 절반 가량인 11건에선 ‘반성’이 양형 사유로 참작됐다. 속옷을 볼 목적으로 비어 있는 집에 들어간 피고인에게 “더 중한 범행 목적은 아니고 반성하고 있다”며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주거침입 목적이 다양한 만큼 성적 목적을 갖고 침입한 범죄라면 피고인에 대한 보호관찰을 명령하는 등 재판부가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집행유예 등엔 보호관찰을 명할 수 있는데, 35건의 성적 목적 주거침입 범죄 중 8건만 보호관찰 명령이 내려졌다. 벌금형에 보호관찰을 내릴 수 없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은 “현행법상 주거침입죄가 3년 이하의 징역형에 그치는데, 5년 이하 혹은 7년 이하로 최장기를 높이면 죄질에 맞는 탄력적 구형과 선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