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트럼프 지지자들… “미얀마식 쿠데타” 주장도

트럼프 시절 백악관 안보보좌관 지낸 플린
‘큐어넌’ 행사 참여해 “미얀마 쿠데타 지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얀마에서 일어난 일이 여기(미국)에선 왜 일어날 수 없는지 알고 싶다.”

 

“이유가 없다. 내 말은 그것이 여기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옳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어느 포럼에서 나눈 문답 내용이 알려져 미국 사회가 다시 충격에 빠졌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난 지난해 11·3 대선은 부정선거였고, 트럼프 재집권을 위해 군부 쿠데타가 필요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을 제거하고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의 논리 역시 지난해 민주진영이 승리한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것이다.

 

5월 31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은 최근 보수 성향이 강한 텍사스주의 댈러스에서 열린 큐어넌(QAnon) 관련 포럼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을 ‘해병’이라고 소개한 어느 청중이 플린에게 “미얀마에서 일어난 일이 여기에선 왜 일어날 수 없는지 알고 싶다”고 물었다.

 

‘미얀마에서 일어난 일’이란 군부 쿠데타를 뜻한다. 한마디로 군대가 나서 바이든 정권을 끌어내리고 트럼프를 도로 권좌에 앉혀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플린도 “(미얀마에서 일어난 일이 미국에서 못 일어날) 이유가 없다”며 “내 말은 그것이 여기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옳다”고 맞장구를 쳤다고 CNN은 전했다.

 

큐어넌은 미국의 극우 음모론 집단이다. 트럼프의 ‘사기 선거’ 주장을 옹호하며 올해 1월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에도 적극 가담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큐어넌 추종자는 물론 “선거가 조작됐다”는 거짓 주장을 뜻하는 이른바 ‘새빨간 거짓말’(The big lie)을 퍼뜨리는 이들이 대거 참여했다.

마이클 플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플린이 누구인가. 3성 장성 출신으로 미국 국가안보 정책을 조율하고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지낸 지성인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했을 당시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계엄령’ 발동을 들먹이더니 이젠 대놓고 ‘쿠데타’ 카드까지 꺼내든 것이다.

 

CNN은 “플린이 미국에서의 미얀마식 쿠데타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지난 몇 달 동안 큐어넌과 트럼프 지지 온라인 포럼은 미얀마에서의 군사 쿠데타를 찬양해왔고,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할 수 있게 같은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암시해왔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가는 혼돈에 휩싸였다. 한 정치인은 “백악관 안보보좌관 역임자가 그런 발상을 했다는 점만으로도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CNN은 “플린이 큐어넌 운동의 새로운 영웅으로 비친다”고 비꼬았다.

 

올해 2월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뒤 수치 고문 등 민간 정치인들은 가택연금됐다. 특히 수치 고문은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등 여러 건의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얼마 전 피고인 신분으로 수도 네피도의 법정에 출석한 모습이 처음 공개됐다. 군사정권은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진영의 승리로 끝난 지난해 총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정당도 해산시켜버릴 태세다.

 

쿠데타 반대 시위에 대한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약 8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가운데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이들이 시민군을 결성하면서 미얀마는 내전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