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동훈 “조국 비리 자체보다도 권력으로 옹호 더 나빠”

한 검사장, ‘조국의 시간’ 회고록 출간에 작심 발언
2019년 조국 수사 지휘하다 좌천
曺 옹호 검사들만 남기고 내쫓아
이성윤, 수사라인서 尹 배제 요구
범죄 수사한 것이 어찌 쿠데타인가
한동훈 검사장(왼쪽)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1일 공식 발간되면서 정치권 등에서 조국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주요 대선 주자들이 당내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조국 편들기 발언을 쏟아내면서 대선을 앞두고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흐름과 다른 기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 같은 당내 혼선을 조율하기 위해 최고위 지도부 의견을 수렴해 조국 사태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을 내놓을지 고심 중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집권당이 조국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 같은 논란 와중에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조 전 장관의 회고록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한 검사장은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송경호 3차장검사)의 조 전 장관 일가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한 검사장은 세 차례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31일 전화 통화와 서면으로 진행됐다.



한 검사장은 이른바 ‘조국 사태’와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것’ 자체보다 ‘권력으로 비리를 옹호한 것’이 훨씬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또 김오수 검찰총장 취임과 함께 곧 단행될 것으로 예고된 대규모 검찰 인사와 관련해 “조국 사태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라 본다”며 “권력이 싫어하는 수사를 한 검사들만 내쫓겠다는 게 아니라, 조국을 적극 옹호한 검사들만 남기고 다 내쫓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검사장은 특히 이명박·박근혜정부 관계자들을 수사할 때와 달리 조 전 장관 일가 의혹 수사 당시 법무부의 외압이 심했다고 기억했다. 한 검사장은 “인사로 나를 비롯한 수사팀 간부들을 좌천해 흩어놓았다”며 “이후 상당수 파견검사로 구성된 수사팀을 흔들기 위해 검사 파견 시 법무부의 허락을 받게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성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내게 전화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검 반부패부를 수사라인에서 빼라는 요구도 있었다”며 “실무검사 인사에서는 서울에 일하러 오기 가장 힘든 곳에 핵심인력(통영지청 강백신 부장검사)을 발령냈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는 메시지”라며 “전국 검찰 공무원들에게 권력비리를 제대로 수사하면 이런 험한 일을 당하니 알아서 말 잘 들으라는 사인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서 조 전 장관 의혹을 수사한 강 부장검사는 지난해 8월 통영지청으로 좌천됐다.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간 뒤엔 공소 유지를 위해 버스로 왕복 9시간 거리인 서울중앙지법을 지금도 매주 오가고 있다. 송 차장검사는 여주지청장으로 전보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서전 '조국의 시간'이 출간된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익문고에서 책이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한 검사장은 “이 수사 하면 내 검사 커리어(이력)가 사실상 끝날 거라는 건 당연히 예상했고, 할 일 하는 거니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다만 이런 식으로까지 말도 안 되게 선동하고 치졸하게 보복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검찰의 쿠데타’로 규정한 것을 두고는 “공직자가 범죄를 시스템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 어떻게 쿠데타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범죄를 덮어주지 않으면 역심이고 쿠데타인가”라며 “조선시대 사극 찍나, 절대왕정인가. 조국 사태 때가 이 정권이 가장 강할 때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전 법무장관) 같은 사람 한 명이 이렇게 쉽게 망가뜨릴 수 있는 검찰이 무슨 쿠데타를 하고 역모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배민영·이창훈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