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질량(critical mass)이란 원자력 분야 물리학적 용어로, 사전적 의미는 ‘지속적 핵분열에 필요한 최소질량’을 말한다. 이 개념이 인문 사회과학에서 차용되어 개인이나 사회적 변화를 위해 지불해야 할 인내, 노력, 투자의 분량 등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백지연씨는 이 개념에 착안하여 2011년 ‘크리티컬 매스’라는 책을 써서 공전의 히트를 거듭하였고 지난해 21판을 발행하였다. 꽃은 15도가 되어서야 피고, 물은 100도가 되어야 끓는다. 14.5도까지도 꽃은 필 기미가 보이지 않고, 99도에서도 물은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인다. 결국 변화는 마지막 1퍼센트가 결정한다.
임계질량과 비슷한 개념이 생명과학에도 존재한다. 바로 ‘강력한 정지명령’(strong stop) 이다. 댐에 물이 차오를 때까지 수문 바깥쪽에는 변화가 없듯이, 몸 안에 어떤 반응이 일어나려면 반드시 이전 반응이 역치 값(threshold)에 도달해야 하고, 그 값에 이를 때까지는 다음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칙이다. 자란다는 것은 몸의 세포 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세포 수가 늘어날 때 세포는 정확하게 세포주기(cell cycle)를 거치게 된다. 세포주기란 세포가 증식 신호를 받으면 휴지기에서 제1 간기(G1기)를 거쳐 DNA 합성기(S기)를 지나고 제2 간기(G2기)를 거쳐 마지막에 세포분열(M기)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세포주기(G1/S/G2/M)는 단계별로 다음 단계 진입에 필요한 모든 조건이 갖추어지고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는 절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 이를 strong stop이라 한다.
그리고 strong stop으로 직전 반응이 역치 값에 이른 것을 확인하고 다음 단계의 문을 여는 점검 인자를 관문 단백질(check point protein)이라 한다. 모든 생명체에는 이 관문 단백질이 존재하며, 놀랄 만큼 정확하고 철저하게 strong stop의 원칙을 고수하며 성장한다. 식물은 이 법칙에 의거해 뿌리를 내리고 자라서 열매를 맺는다. 동물과 사람도 이 법칙을 따라 성장한 세포가 장기와 조직을 구성하고 각자의 역할을 감당함으로써 다양한 환경과 여건에서도 몸을 건강하게 유지한다. 만일 원칙이 정확하게 작동하지 못할 경우 세포는 죽거나 살아남아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이러한 세포가 누적되면 조직이나 장기에 기능 이상이 생기게 되고 심하면 암세포가 되어 몸을 파괴한다.
배용수 성균관대 교수 생명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