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테니스의 2인자였던 권순우(24·CJ 후원)는 앞서가던 정현이 부상과 부진으로 주춤한 사이 성장을 계속해 국내 1인자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아쉬운 것은 큰 경기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작은 대회에서 하위 랭킹 선수들을 안정되게 잡으며 랭킹 포인트를 쌓아 세계 100위권 안을 지켜왔지만 메이저대회나 마스터스 등에서는 큰 힘을 내지 못했고, 상위 랭커나 유명 선수들을 꺾는 이변도 많지 않았다.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큰 대회에서 큰 상대를 잡는 경험을 쌓아야만 했다.
권순우가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마침내 필요한 승리를 따냈다. 2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케빈 앤더슨(35·남아공)을 3-1(7-5 6-4 2-6 7-6<7-4>)로 물리친 것. 앤더슨은 최근 부상으로 부진하며 세계랭킹이 100위까지 떨어졌지만 불과 2시즌 전인 2018년에만 해도 메이저대회인 윔블던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5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현시점에서는 권순우가 더 상위 랭커지만 이기기만 해도 ‘이변’으로 볼 수 있을 만한 상대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