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잠행 끝내고 정계입문 임박… 대선준비팀도 윤곽

尹, 국민의힘 의원 잇단 만남서
“당 들어와 쇄신 주도” 주문 경청
6월 중 평당원으로 입당 관측
캠프 대신 소규모 참모조직 검토

경제학자와 연희동 골목 방문해
‘동네 대기업 배출’ 의견 공감대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이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골목 선술집에서 모종린 연세대 교수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유튜브 장예찬TV 캡처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국민의힘과 접촉면을 대폭 넓히고 민생 현장투어를 이어가고 있다. 정계입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6·11 전당대회가 끝난 뒤 국민의힘에 개별 입당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근 윤 전 총장과 직접 소통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각각 “입당하시라”는 제안을 연이어 쏟아냈고, 윤 전 총장은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 윤 전 총장과 만난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2일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정치를 하는 건 이미 정해졌고 지금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제1야당이자 수권정당인 국민의힘과 함께하는 게 좋겠다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당의 변화와 쇄신이 미흡하다면 본인이 들어와서 주도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경청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강원도 강릉에서 윤 전 총장과 만난 권성동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국민의힘 의원과 연쇄 회동과 관련해 “결국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신호탄”이라며 “대권 도전을 우리 당과 함께하겠다는 정치적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전 총장이) 열과 성을 다해, 몸과 마음을 바쳐 정권교체에 앞장서겠다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전했다.

당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이르면 이달 중 평당원 자격으로 입당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대규모 캠프 대신 소규모 참모 조직을 꾸리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선준비팀을 수행·공보·정무·정책 등 핵심 기본만 구성하고, 윤 전 총장 처가 관련 의혹을 방어했던 법률 대리인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지난달 29일 강원도 강릉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윤 전 총장 측 사정에 밝은 야권 관계자는 “여의도에 기반이 없는 만큼 조직을 작게 가져가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에 신뢰가 형성된 정치권 인사가 많지 않은 데다 향후 논공행상 문제 등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논리에서 야권의 킹메이커인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도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김 전 위원장의 성격상 지혜를 빌려주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핵심을 좌지우지할 권한이 주어진 곳에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민생 현장투어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강원도 강릉중앙시장 방문에 이어 지난 1일 저녁에는 ‘골목길 경제학자’라 불리는 연세대 모종린 교수, 장예찬 시사평론가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거리를 걸었다.

당시 회동을 페이스북에 공개한 장 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제 글과 방송을 예전부터 접하고 있었다면서 연락이 와서 지난달 28일 만났고 1일 저녁에는 모 교수와 함께 만나 청년·소상공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다양한 분야, 위치의 청년들과 많이 만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도 “모 교수가 골목상권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대안이라며 지역주민과 협력하는 ‘동네 대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고 윤 전 총장도 진심으로 공감했다”고 전했다. 당시 회동에서 윤 전 총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도시개발 독점 제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지역별로 이뤄지는 소규모 재건축·재개발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장 평론가는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광폭 행보를 걷는 것에 대해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 전당대회와 관련한 윤 전 총장의 입장이 전혀 없고 영향을 주는 행동도 하고 있지 않다”며 “윤 전 총장을 만나길 원하는 목소리가 쌓여 있어 국민들에게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 의원도 이날 “(강릉 회동에서) ‘이준석 돌풍’이 대화 주제에 오르자 윤 전 총장이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렸다”며 윤 전 총장이 당대표 경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과도 조만간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미·곽은산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