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왕실 또 ‘인종차별’ 논란… 여왕은 평등법 적용 대상 아냐

60년대 후반까지 유색 이민자·외국인 사무직 고용 ‘금지’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탑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95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주화와 즉위 이후 주화에 사용된 여왕의 초상들이 투사돼 있다. 여왕의 실제 생일은 4월21일이지만 공식 생일은 6월 둘째 주 토요일이다. 런던=AP연합뉴스

올봄 해리 왕자 부부의 폭로로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던 영국 왕실이 과거에 인종차별을 했다는 공식 문서가 발견됐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국립기록보관소에서 찾은 문건을 인용해 영국 왕실이 적어도 1960년대 후반까지 왕실 내 사무직에 유색인종인 이민자나 외국인 고용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문건엔 1968년 2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최고재무책임자가 내무부 공무원들에게 “유색인종 이민자나 외국인을 왕실 사무직에 임명하는 건 사실 관행이 아니다”고 했던 내용이 담겨 있다.

 

현행 영국 평등법상 고용주들이 피부색이나 민족, 인종을 이유로 고용을 거부하는 건 불법이다. 영국에서 성차별과 인종차별은 1970년대에 불법화됐다.

 

다만 가디언은 “여왕은 40년 넘게 평등법 면제 대상”이라면서 문제의 관행이 언제 사라졌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버킹엄궁은 가디언 질의에 “1990년대에 소수 인종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고용됐던 기록이 있다”며 “그 전에는 직원들의 인종적 배경을 기록하지 않았다”고만 답했다. 이어 “차별과 관련된 불만을 듣는 별도의 절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월 해리 왕자와 아내 메건 마클은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왕실 가족이 그의 아들 아치의 피부색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며 인종차별 의혹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켰다. 마클은 영국 왕실 역사상 첫 백인과 흑인 혼혈인이다. 이에 대해 윌리엄 왕세손은 “우리 가족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