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우리생물] 초여름의 두근거림! 자귀나무

꽃들의 향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양각색 꽃들이 저마다의 화려함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던 봄이 가고, 6월! 초여름이 시작됐다. 다가올 무더위와 불규칙한 날씨 그리고 장마 속에서 지쳐가는 우리를 위로하듯 무더위와 장마를 뚫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다. 바로 초여름을 대표하는 낙엽성 활엽 나무인 ‘자귀나무’이다. 높이 10m까지 자라는 콩과식물인 자귀나무는 가로수로 사랑을 받으며 우리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독특한 꽃이 깊은 인상을 주는데 꽃잎 밖으로 뻗은 25개의 수술이 윗부분은 분홍색, 아랫부분은 흰색을 이루며 마치 공작새의 활짝 핀 꽁지깃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화 속의 요정들이 부채를 흔들며 살랑살랑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자귀나무는 여러 장의 작은 잎들이 마주나는데 해가 지면 잎이 접힌다. 마치 사랑하는 부부들이 포옹하는 모습처럼 보여서 ‘자괴나무’라 하다가 ‘자귀나무’가 되었다. 다른 말로 합혼목(合婚木)이라 불리는데, 그래서일까? 꽃말도 ‘가슴이 두근거림’이라고 불리는 것 같다.



자귀나무는 쓰임새도 다양하다. 목공 도구들의 자루를 만들 때 사용되기도 했고, 한방에서는 줄기 껍질을 합환피(合歡皮), 꽃을 합환화(合歡花), 꽃봉오리를 합환미(合歡米)라 하여 뭉친 것을 풀어주고, 기와 피를 고르게 하여 정신을 편안히 하게 해준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열매에 영양분이 많아 소와 말의 먹이로 사용하였으며, 사람들은 열매를 볶은 후 차(자굴차)로 마셨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 활동이 쉽지 않은 시기지만 가족들과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는 이 시기에 자귀나무의 잎들처럼 서로를 꼭 껴안고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마음을 나누며 가슴 두근거리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현창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