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맞은 中… 美 제재 이행 기업에 소송으로 반격하나

美와 관계회복 기대하던 中, 주식매매 금지 조치로 뒤통수
“중국 기업 보호 위한 필요 조치 취할 것” 반격 준비
美 제재 이행 기업에 대해 중국내에서 소송 카드 꺼낼 수도
중국 진출한 한국 등 전 세계 기업 美·中간 선택 기로

중국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제재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반발하며 반격 카드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잇단 미중 고위급 접촉으로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를 품었던 중국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단 분위기가 강하다.

 

◆뒤통수 맞은 중국 “투자자들에 더 큰 손실” 반발

 

4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 등은 전문가 의견 등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59개 중국 기업에 대한 주식 매매를 금지하는 행정 명령에 대해 “바이든 취임 후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가장 강력한 행정 명령”이라며 “결국은 바위를 들어올려 스스로에게­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외교학원 리하이동 교수는 “행정 명령에 있는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을 하는 미국 기업 및 투자자에게 더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기업에 대한 정책을 유지하고 확장할 뿐만 아니라 중국과 경쟁하기 위한 보다 포괄적이고 심층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은 최근 미중간 관계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예상치 못하게 미국이 이같은 조치를 취하자 듯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한 표정이다.

 

중국 경제 사령탑 류허 국무원 부총리가 지난달 27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통화하고, 지난 2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화상통화를 하자 중국은 미국과 관계회복 기류가 보인다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리강 연구원은 앞서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중관계를 이어가는 데 상당히 중요한 상황”이라며 “미중이 정상적인 대화 궤도로 복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고위급간 통화 이후 바로 제재 명령을 내리자 미중 갈등이 바이든 정부에서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격앙된 분위기를 보였다.

 

톈윈 베이징경제운영협회 부회장은 “바이든 행정명령에 오른 많은 회사들이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명단에 올랐으며, 새로운 명단은 트럼프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최신 상황은 중국과 미국 사이의 확대되는 기술 전쟁이 바이든 행정부하에서 변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블랙리스트 추가 계획에 대한 질문에 대해 “미국의 제재는 사실을 완전히 무시하고 시장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자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고 법에 따라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제재 따르는 한국 등 중국 진출 기업에 소송… 반격 카드 고심

 

중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주식 매매 금지 조치를 취한 미국에 대해 꺼내들 반격카드로는 올 초 상무부령으로 시행한 ‘외국 법률·조치의 부당한 역외적용을 저지하는 방법’이 있다. 이 조치를 시행할 경우 중국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한국 등 전 세계 기업들은 중국이냐 미국이냐 선택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 조치는 중국이 외국의 무역 제재에 대한 반격으로 자국내에서 외국의 제재 등에 참여하는 기업에 피해 소송을 할 수 있는 카드다. 미국의 제재 조치에 동참하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 유럽 등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경우 모두 대상에 해당한다.

 

중국은 외국법률의 부당한 역외 적용에 대처하기 위한 업무 메커니즘을 만들고, 부당한 역외적용이 확인되면 국무원 상무관련 부처에서 해당 법을 따르지 않도록 하는 ‘금지령’을 내리게 된다.

 

또 부당한 법 적용으로 합법적 권익을 침해받은 중국의 개인과 법인이 중국 인민법원에 소송을 하고, 외국법을 준수한 상대방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기업이 ‘금지령’을 따르고 외국법을 지키지 않아 심각한 손실을 보면, 중국 정부는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실질적인 상황·필요에 따라 필요한 반격 조처를 할 수 있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이 조치를 시행할 경우 실제 소송을 가기에 앞서 미국 제재 등을 준수하는 기업을 막기 위한 프레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로펌 스텝토앤존슨 홍콩 법인 변호사 니콜라스 터너는 “중국의 규정은 법원을 통한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는 체계로 미국 또는 기타 외국의 중국 제재 영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기를 중국에 제공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