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공군 이모 중사를 향한 2~3차 가해 및 은폐와 관련된 군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과거에 있었던 군내 성추행 폭로가 이어지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군 소식통은 6일 “2019년 공군사관학교에서도 남녀 생도 간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면서 “피해자인 여생도가 훈육관을 거쳐 지휘부에 보고했지만 공사에서는 피해자를 압박해 조직적으로 사건을 덮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교장과 생도대장도 알고 있었던 내용”이라고 전했다.
군 법무관을 지낸 한 예비역 장성은 “지휘관들이 병영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덮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성폭행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도 적극적으로, 그리고 매뉴얼에 따라서 공식적으로 처리하길 주저한다”면서 “그러니 아직도 군대가 인권 사각지대, 치외법권, 무법천지라고 비난받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군 사법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중심주의’가 아닌 계급 및 뒷배경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경우도 있어서다. 군 형법에 ‘위력 및 위계에 의한 간음’ 처벌 조항이 없는 것도 맹점이다. 관련 사건을 둘러싼 거의 모든 조건이 여성 피해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고, 여군 스스로 ‘몸조심’할 수밖에 없는 게 군내 일반적 분위기다.
성폭력 사건 발생 후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대로 분리하는지 여부나 군 관련 매뉴얼의 존재, 그 실행 여부에 대해 외부에서 평가할 도리가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번 공군 이 중사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지만 군이 이를 은폐하려 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다.
이 때문에 부대 내 성폭력 사건이 공정하게 처리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군은 7년 새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가 지난해 발표한 ‘2019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최근 1년간 부대 내 성희롱·성폭력 관련 고충이 제기됐을 때 공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는 문항에 긍정적으로 답한 여군 비율은 48.9%로, 2012년 실태조사(75.8%) 때보다 크게 감소했다.
성적 침해를 상부에 보고한 뒤 받은 조치를 묻는 문항에서도 ‘가해자의 법적 처벌’(26.6%), ‘가해자의 공식적 사과’(8.9%) 등 응답과 함께 ‘사후조치가 없었다’(15.8%), ‘피해자가 타 부대로 전출됐다’(10.1%) 등의 답변 수치가 낮게 나오는 등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군대 내에서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밀보장이나 2차 피해 방지가 철저하게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인식을 묻는 문항에선 ‘그렇다’, ‘어느 정도는 그렇다’ 등으로 수긍한 여군 비율이 무려 64.5%에 달했다.
성폭력 사건 처리의 공정성과 2차 피해를 막는 명확한 피해자 중심주의와 강력한 처벌, 제도적 보완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병진·김주영·김승환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