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끝난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서울 녹색 미래 정상회의’에 이어 오는 11일에는 ‘G7(주요 7개국)+한국, 호주, 인도’ 정상회의가 영국에서 개최된다. P4G에 이어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에도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 등이 포함된 전망이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주재로 미국에서 열린 기후대응 정상회의 후 잇달아 열리는 기후 관련 정상급 회담이다. 올해 들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적 총력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기후위기는 실존하는 현실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9년 들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약 1.1도 높아져 2016년과 함께 역대 두번째 더운 해로 기록됐다. 최근 5년(2015~19년)과 10년(2010~19년)은 역대 가장 더운 5년과 10년인 것으로도 나타났다. 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에 따르면 21세기 말(2081~2100년) 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온실 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최근 20년(1995~2014년)보다 1.9~5.2도 상승할 전망이다.
기후변화는 모든 대륙의 날씨, 국가 경제, 그리고 생활 등 인류의 삶과 지구환경 곳곳에 영향을 준다. 날씨가 변함에 따라 기상이변 등이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독일 정부의 개발 원조기관인 GIZ(독일기술협력공사)와 영국의 환경·경제 전문 컨설팅 업체 비비드 이코노믹스(Vivid Economics),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는 ‘토지황폐화경제학(ELD·Economics of Land Decropation Initiative) 회의’를 공동 개최하고, 이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지난 5월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가 기후 및 생물 다양성, 토양 파괴 위기의 3가지 위협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생물 다양성 회복 지원 등 자연을 기반으로 한 자금 투자를 현재의 1330억달러(한화 약 148조4945억원)에서 2050년까지 모두 8조1000억달러(〃 9043조6500억원)까지 확대해야 한다.
또 이처럼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인위적인 자금을 조성하기보다 관련된 산업을 새롭게 일으켜 이에 대한 투자와 그에 따른 더 많은 일자리 창출, 신기술 개발까지 병행할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투자를 위해 정부와 금융기관 및 기업은 자연과 탄소 저감, 기후대응 등을 둘러싼 이슈를 모든 의사 결정에서 핵심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각국 정부와 수많은 민간단체 및 기업에서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달성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이 17가지의 목표 중에서도 특히 자연 기반 관련(SDG 13 기후변화 대응,〃 14 해양 생태계, 〃 15 육상 생태계)에 대한 금융 지원과 투자 활성화에 더 많은 노력 및 제도 정비가 시급한 형편이다. 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부터 더욱 더 지속 가능한 회복을 추구하는 한편 경제적, 제도적 인센티브를 창출하는 등의 조치도 함께 필요하다.
산업계는 코로나19 사태 후 국가 간 물적, 인적 이동 제한 등 다양한 요인으로 경제 침체를 겪었고, 생산의 일시적 중단으로 온실 가스 배출량은 기존 대비 약 6% 감소했다. 이렇게 움츠러든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대유행을 딛고 회복되기 시작하면 온실 가스 배출량은 더 높은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기후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자연과의 균형 회복과 기후 비상사태, 해양 오염 등에 관한 문제 해결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두고 자연을 기반으로 한 ‘생물 다양성 보호를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이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자연에 대한 긍정적 투자와 행동을 이끌어내고, 모든 이가 생물 다양성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올해 말 중국 쿤밍에서 열리는 제15차 생물 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COP-15: 15th Conference of Parties of the Convention on Biodiversity)에서는 각국 정부가 모여 자연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한편 인류와 지구와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과 관련해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앞서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지구 정상회담(Rio Earth Summit)에서 150개국 정부 대표의 서명과 함께 생물 다양성 협약이 본궤도에 올랐다. 생물 다양성에는 사람과 식량 안보, 의약품, 신선한 공기와 물, 피난처, 그리고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 등 모든 인류의 삶과 지구에 필수적인 요인이 포함되어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COP-15에 대해 “모든 이가 할 수 있는 개개별의 역할이 있다”며 “결국 중요한 점은 각자의 위치에서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가 생물 다양성을 위한 ‘해답’이라고 제시한 셈이다.
올해 더욱 뜨거워질 기후변화 대응 노력, 그리고 지구 환경오염 대처의 해답은 특정 개인이나 국가의 노력이 아닌, 전 세계 전 인류 모두가 참여하는 말 그대로 ‘모두를 위한, 모두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 선택’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야 할 때다.
김문주 UN SDGs 협회 선임연구원 unsdgs.moonju@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 기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