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며칠 동안 매스컴을 뜨겁게 달군 ‘싹쓸이 벌채’ 현장을 다녀왔다.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장남리 일대 입목벌채 지역을 둘러보고 주민 의견을 청취하면서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이런 사실을 접하게 돼 더욱 우울해진다. 산에 있어야 할 나무가 모두 잘려나간 현장을 직접 찾아가 바라보면서 문득 뇌리에 스친 것은 “현재의 코로나 사태가 자연(숲)을 너무 많이 파괴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기 때문이다.
30여년 동안 대학 강단에서 산림경영학을 강의한 학자의 한 사람으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림 현장에서 입목벌채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나무를 심어서 잘 가꾸고 길러서 건강한 성숙목이 되어 벌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산림경영 활동이며 산림경영 순환시스템이기도 하다. 이때 나무 연령에 따른 면적분포를 가급적 균등하게 하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벌채 현장에 있는 몇 그루 벌채목 나이테를 세어보니 37~38년생이었다. 이 정도 연령이면 벌기령에 도달하기 전, 성숙목 전 단계에서 실시하는 간벌(솎아베기)을 해 주어야 할 연령대에 속한다.
현장 주민 얘기를 들으면서 더욱 놀라운 것은 앞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이 전염될 것을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피해목 벌채를 했다고 하는 사실이다. 이것은 임업적 전문 지식은 고사하고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무를 벌채하는 현장에서도 급경사지를 산림작업기계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임지를 많이 훼손시켜 놓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장마철 우기로 접어들게 되는데, 벌채지 근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산사태 공포에 시달리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우종춘 강원대 명예교수·산림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