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위치정보를 활용하는 서비스가 늘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치정보 기능은 수집 전 사전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많은 사람이 ‘무심코’ 동의를 눌러 자신의 위치정보가 어디까지 쓰이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동의에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일상 파고드는 위치정보 기술
7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2020년 국내 위치정보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치정보 관련 산업 매출 규모는 2조331억원으로, 전년(1조7884억원)보다 2447억원(13.7%) 늘었다.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요 증가로 23.8% 성장한 2조5177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관련 기술은 이미 빠른 속도로 일상을 파고들었다. 위치정보를 활용해 주변 식당을 찾아주는 배달 앱이나 이웃 주민과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당근마켓’ 앱 등은 안 쓰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무심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한 장에도 위치정보가 저장된다.
배달기사들 역시 반강제적으로 위치정보 수집에 동의하고 있다. 최근 배달 앱은 배달이 시작된 이후 배달기사 위치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앱 측은 배달기사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 배달 업무를 하기가 어렵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 앱 측은 동의 절차를 거쳤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문제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근태관리를 한다며 직원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기업이 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때도 사전 동의를 받지만 현실적으로 회사 방침을 따를 수밖에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건 동의가 아니다. 위치정보를 수집하려면 ‘강제성 없는’ 동의가 가장 중요하다”며 “노사관계에서의 개인정보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위치정보 활용 범위·절차 논의 필요”
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3월 랜덤채팅앱 227개를 점검한 결과 157개 앱이 위치정보를 활용했다. 이 중 80%가 넘는 90개 앱이 위치기반 서비스 사업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에 소홀한 것은 이동통신사도 마찬가지다. 방통위의 이통 3사 위치정보 관리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이통 3사는 가입자에게 위치정보 수집 동의를 받으면서 가입 신청서에 작은 글씨로 고지하는 등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위치정보 보유 기간이 지난 뒤에도 제때 파기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하지만 해당 사안에 대한 과태료 등 제재 규정이 없어 방통위가 이통사에 개선을 권고하는 수준에서 종결됐다.
염흥열 순천향대 교수(정보보호학)는 “많은 앱이 위치정보를 활용하지만 수집 목적이 불분명한 경우도 많다”며 “위치정보가 필수적인 정보인지를 입증 못 하면 개인정보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수집이 불가피한 위치정보라도 가져간 후 어떻게 썼는지 검증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내 개인정보를 누가 어떻게 썼는지 확인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런 시스템을 통해 위치정보 수집 남용을 검증하고, 문제가 생긴 집단에서는 개인정보를 함부로 쓸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성·이지안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