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3개월 만에 LH 혁신안을 발표했다. 인력 감축과 성과급 축소, 취업 제한 강화 등 LH 임직원에게는 심각한 타격을 줄 만한 내용인 반면 당초 정부가 공언한 ‘해체 수준의 대대적인 쇄신’과는 거리가 먼 김 빠진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력한 통제·징벌로 투기 원천방지
불법 투기 근절을 위해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준법감시관제도 도입한다. 또 퇴직자에 대한 전관예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고위직 직원까지 취업제한 대상을 기존 7명에서 529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게다가 LH 직원들은 이미 받은 성과급도 상당 부분 토해내야 할 판이다. 정부는 이달 중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확정될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LH에 대한 평가 등급을 하향 조정할 방침이다. 기관장과 임원급에 대해선 경영평가 결과와 상관 없이 관리책무 위반으로 성과급을 거둬들이기로 했다.
◆전문가 “회초리만 있고 알맹이 빠져”
정부가 LH 사태에 대해 철저한 감시와 이중삼중의 통제장치를 내놨지만, 정작 알맹이는 없는 반쪽자리 혁신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관심을 모았던 조직 개편안 결정은 유보했고, 명칭은 달라질지 모르지만 3기 신도시를 비롯한 토지·주택 개발과 공급 업무는 LH가 그대로 맡을 수밖에 없어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과)는 “토지와 주택 각각 분리돼 있던 LH를 2009년에 합쳐놓고 이번에 다시 나눈다고 특별히 달라질 것 같지 않다”면서 “토지 보유기간에 따라 오래 보유한 사람에게 높은 금액을 보상하는 식으로 토지보상 체계 전반을 손질하면 모를까 기능을 이전하면 다른 기관에서 한다고 투명해진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LH 혁신안 자체가 투기 대상자에 대한 체벌과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쪽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공공의 주택공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보다는 궁극적으로 신도시 개발과 정비사업 등 전반적인 부분을 민간의 역할로 이양하는 쪽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혁신안에 담긴 내부 통제장치들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LH 내부는 물론 기능을 이관받은 다른 기관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