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시행 목전…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 ‘기획 파산’ 우려 커져

금융위, 가상자산 사업자 집금계좌·영업계좌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지난 9일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실시각 거래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오는 9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중소 가상자산 사업자의 ‘기획 파산’ 등에 대한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망을 좁히고 있다. 대형 거래소들의 경우 법적 기준에 맞춰 당국에 등록을 준비 중이지만, 규제 문턱을 넘기 힘든 중소 거래소의 경우 해킹 등을 핑계로 갑자기 사업을 접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0일 정부와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들은 가상자산 사업자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거래소 위법행위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8일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해킹 등을 가장한 가상자산 사업자의 기획 파산 같은 위법행위를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마무리 예정이던 범부처 암호화폐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오는 9월까지 연장했다.

 

기획 파산이란 투자자를 속여 고의로 거래소를 파산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해킹을 당했다며 잠시 거래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가 갑자기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A 거래소를 기획 파산의 의심 사례로 꼽힌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기획 파산은 거래소가 작심하고 기획해 투자자의 돈을 빼먹는 것으로, 문을 닫아버리면 투자자들은 자산을 찾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A 거래소는 한때 거래량 기준으로 손에 꼽히는 대형 거래소였지만, 2019년 8월 갑작스럽게 투자자들의 출금을 막아버렸다. 투자자들이 피해 본 돈은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해 2월 이 거래소의 대표는 국정감사에 불려 나와 기획 파산을 부정했지만, 아직도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다. 임시게시판만 남은 해당 거래소 홈페이지에는 아직도 고객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기획 파산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횡령·배임 등의 현행법 테두리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 해킹 및 해킹을 가장한 기획 파산을 노린 사업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횡령·배임 등으로 처벌받는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사업자 집금계좌와 영업계좌에 대한 금융사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금법 신고기한 만료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영업하면서 고객 예치금을 빼돌리고 사업을 폐쇄하는 위험이 증가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4대 거래소들은 시중은행 실명계좌를 활용하기 때문에 업체 마음대로 고객 자산을 어떻게 할 수 없다”며 “불안한 거래소에 자산을 두는 것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게 투자자들로서는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한 주요 불법행위 유형으로 △가상자산·원화 등 출금 지연·정지 이후 거래소를 폐쇄하는 기획 파산 및 예치금 횡령 등 △상장 관련 편의 제공을 조건으로 별도의 대가(상장 수수료)를 받거나 가치 없는 가상자산 발행·판매·상장 등 △데이터상 허위로 자산을 입력하여 기망하는 수법 등으로 재산상 이익 편취 △해킹 및 해킹을 가장한 기획 파산 △가상자산 관련 투자를 빙자하여 피해자의 자금을 수신·편취 △가상자산거래업자 사이트를 가장한 피싱·스미싱을 통해 아이디 비밀번호를 탈취하는 경우 등 6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데이터상 허위로 자산을 입력하여 속이는 수법 등으로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사업자는 사기·사전자기록위작 등으로 처벌받는다. 암호화폐 관련 투자를 빙자해 피해자의 자금을 수신·편취한 사업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유사수신행위 및 방문판매업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며, 암호화폐 거래소 사이트를 가장한 피싱·스미싱을 통해 아이디 비밀번호를 탈취할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으로 제재를 받게 된다.

 

정부는 “암호화폐 투자를 빌미로 한 유사수신, 암호화폐 사업자의 기획 파산을 위한 출금 지연 등 관련 불법행위 유형이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며 “횡령, 코인발행·판매 관련 사기, 해킹, 투자 빙자 유사수신, 피싱·스미싱 등 주요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