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의 원인이 무리한 철거 탓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철거 업체는 사고 당일 본격적으로 철거를 시작했다고 밝혔으나, 수일 전부터 해당 건물의 저층 일부를 철거하는 등 해체계획서를 준수하지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당 건물은 지상 5층·지하 1층으로 연면적 1천592㎡ 규모로, 5층 건물 뒤쪽으로 2층 높이로 별관 성격의 구조물이 붙어있는 구조다.
철거 업체 관계자가 지난 8일 철거했다고 밝힌 '낮은 부위'는 바로 별관 성격의 2층 구조물로 추정된다.
업체 측은 저층 일부를 철거하고 바로 옆에 폐자재와 토사 등으로 건물 3층 높이와 맞먹는 흙더미를 쌓았다.
그 위에 굴착기를 올려 9일 본격적인 철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업체 측의 설명과 달리 이달 1일 찍힌 사진과 영상에는 흙더미에 올라간 굴착기가 해당 건물의 2~3층 저층 부분을 부수는 장면들이 비교적 생생하게 기록됐다.
결국 밑동을 찍어 놓은 나무를 위에서 밀면 한쪽으로 쓰러지듯, 저층 구조가 철거로 약해진 상황에서 5층 공간을 허물다 건물이 급격히 한쪽으로 쏠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 무리한 철거 가능성…사실이면 '인재'
일부에서는 철거업체가 작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해체계획서를 준수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건물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철거 회사는 보통 이른 시일 안에 철거공사를 끝내기 위하여 아래층을 해체해 건물 전체를 무너뜨리는 방법으로 공사를 진행하곤 하는데, 이러한 방법은 해체계획서상 인정하지 않는 불안전한 방법이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최명기 교수는 "사고 현장 사진을 검토해보니, 철거 업체가 토산 위의 굴착기로 5층부터 차례차례 철거한 게 아니라 건물 가운데를 여러 층에 걸쳐 한꺼번에 철거하며 건물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려 한 정황이 엿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건물을 단계적으로 철거하는 것이 아닌, 한꺼번에 무너뜨리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로 여러 현장에서 횡행하는 전형적인 철거 행위라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사고 발생 약 4시간 전에 찍힌 걸로 알려진 사진에는 건물의 여러 층을 한꺼번에 부수는 장면이 찍히기도 했다.
특히 9일 붕괴 직전 '이상한 소리'를 듣고 대피한 작업자들 진술은 이러한 정황을 뒷받침한다.
건물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철거 현장에서 건물의 구조물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나는 '이상한 소리'는 전형적 현상으로 작업자들이 의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불법적인 철거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해체공사 감리자가 감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며 "해체계획서 지자체 허가 과정에서 전문가 감정과 현장 점검을 충실히 했는지도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 동구청은 철거 업체가 규정을 어기고 철거 작업을 하고 감리업체가 제대로 현장을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철거 시공사와 감리자를 사법당국에 고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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