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놀이공원과 스포츠 경기장

지금은 SSG 랜더스가 됐지만, 이전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2007년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스포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슬로건과 함께 한국 스포츠 마케팅에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스포츠 경기장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더 많은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래서 이제 프로야구뿐 아니라 모든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은 성적과 오락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는 시스템이 안착됐다. 스포츠 구단이 기업 홍보수단이 아닌 수익을 내야 하는 산업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스포테인먼트를 주도했던 신영철 SK 와이번스 사장의 말 중에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이제 야구장의 경쟁자는 축구장, 농구장이 아니라 놀이공원”이라는 것이었다. 경기장에 놀이공원만큼 즐길 것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신 사장은 인천 문학구장 안에 레일을 깔고 기차를 운영하기도 했다. 여기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맛있는 먹거리다. 그래서 경기장 내 음식업체 선정과 질도 신경 쓰기 시작했다. 프로야구 KT 위즈의 홈구장인 수원 kt wiz파크는 지역 명물 음식점들을 입점시켜 야구장에만 와도 프랜차이즈가 아닌 지역 맛집을 즐길 수 있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기자

하지만 지난해부터 야구장을 비롯한 프로스포츠 경기장은 활기를 잃었다. 다름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이다. 프로야구를 중심으로 스포츠 구단들이 하나의 기업으로서 한창 자생력을 키워가는 와중에 코로나19가 준 충격은 컸다. 무관중 경기로 인한 입장 수입 감소는 물론이요 아예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습관 자체를 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수용인원 10∼30%의 관중 입장이 허용됐을 때 이전 같으면 쉽게 다 팔릴 수 있는 티켓이 매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 이유 중에는 경기장 내 음식물 취식이 금지된 것도 크다. 먹고 마시면서 떠들고 응원하는 것이 경기장을 찾는 즐거움의 큰 요소인데, 요즘은 경기장을 찾아도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없으니 그나마 갈 수 있는 좌석이 있음에도 경기장을 멀리하게 된다.

그런데 프로스포츠의 경쟁자인 놀이공원은 어떤가. 최근 백신에 대한 기대감과 좋아진 날씨 때문인지 나들이객이 많아지면서 주말이면 놀이공원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놀이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이전처럼 그 안에서 맛있는 음식물도 맘껏 먹을 수 있다. 똑같은 야외시설인데 경기장은 취식이 금지된 것과 대조된다.

그럼 왜 스포츠 경기장만 취식을 막을까. 야구처럼 매일 생중계되는데 관중들이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으면 방역이 느슨해진 것같이 보이는 ‘전시효과’ 때문에 당국이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프로스포츠 관계자들은 “경기장에서도 음식물 취식을 허용해 달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최근 정지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직접 이를 정부에 청원하기도 했다. 경쟁 상대인데 한쪽은 허용되고 다른 쪽은 금지되는 것은 공정한 룰이 아니다. 스포츠를 산업으로 육성시키겠다는 정부라면 더더욱 불공정 경쟁을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