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안보 정책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큰 변화를 수반했다. 그간 미·중 사이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 ‘전략적 모호성’ 정책 혹은 ‘친중’이라고까지 비난받던 문재인정부가 대중 압박을 핵심으로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내용을 대거 수용했다. 한·미 공동성명은 미국의 강한 대중국 동참 압박과 한국의 주저, 북한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집착이 빚어낸 접점이었다. 백신 조기 확보의 실패에 따른 압박을 해소하고, 이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구했던 대북정책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의 동의가 필요했다. 대신 대중 전선 동참과 교환했다. 그간 보수도 감히 할 수 없었던 대만 관련 언급까지도 이 정부는 과감히 동의했다. 그 교환의 파장은 이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클 것 같다. 이 회담 결과는 정부가 의도했든 안 했든 간에 미·중 전략경쟁에서 명백히 미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며 한·미동맹의 장기 포석을 깐 것이다.
북한의 전술핵 보유 선언에 대해 문재인정부가 납득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미동맹 강화는 안보 불안의 우려를 해소해주었다.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정부는 안보 무능과 불감증에 대한 보수 측의 거센 비판을 상당부분 잠재울 수 있게 되었다. 보수는 의아해하면서도 환영하고, 비판은 최소화되었으니 성공한 회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그리 집착한 대북 합의는 실제 효과를 발휘할 것 같지는 않다. 북한 인권 문제가 포함된 이번 합의에 북한이 긍정적일 리 만무하다. 더구나 미·중 전략경쟁의 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해 북한은 이미 자력갱생 노선을 확정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문재인정부의 희망대로 북·미 교섭에 성의를 보일 수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실제 보여준 것은 공짜 북·미 정상회담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엔 대북 제재도 북한의 선제 행동 없이는 약화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도 비핵화를 전제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한국 정부가 오히려 대북 문제로부터 더 유연하고 자유로워지는 편이 현실적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