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0일 분양가의 6∼16%로 장기거주할 수 있는 ‘누구나 집’ 1만785가구를 수도권 6개 지역에 공급하기로 했다.
2기 신도시 유보지를 활용한 5800가구도 추가 공급한다. 하지만 전체 물량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고, 기존 물량을 이날 발표한 공급으로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부동산 업계에서는 누구나 집의 구상 자체가 새로울 것이 없는 데다 현실성 자체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집값이 하락할 경우 시행사와 입주자 모두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동수 의원은 “‘누구나 집’ 임대주택 부지는 주변 분양 용지에 비해 토지세를 30% 깎아주는 등 민간업자들이 200∼300% 싸게 택지 분양을 받는다”며 “여러 가지 완충장치가 있어 하락폭이 일반주택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외에도 2기 신도시 유보용지의 3분의 1을 주택용지로 활용해 4개 지구에 공공 분양·임대주택 약 5800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양주 회천(1000가구), 파주 운정(1700가구), 평택 고덕(1750가구)에 분양 주택을 짓고, 화성 동탄(1350가구)은 전체 물량 중 270가구에 대해서는 임대주택을 지을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폭등한 부동산값을 안정화시키고 기대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도 5년, 10년 임대 후 분양 방식에 대해 불만이 많고 말이 많은데, 이번 정책은 분양가를 10년 전 공급 당시에 책정하는 것이니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임대주택을 지어놓고 나중에 분양으로 전환하면, 결국 임대주택이 다시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급 ‘미니 신도시급’ 불과… 수익성 낮아 사업자 유인도 의문
더불어민주당이 집값 폭등으로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예고한 “상상도 못할 정도의 부동산 공급”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민주당 부동산특위가 발표한 ‘누구나 집’ 시험사업 부지 6개 지역과 2기 신도시 내 유보용지 활용으로 공급 가능한 가구 수가 약 1만6000가구로 ‘미니 신도시급’에 머물러서다. 공급 대상지 위치 또한 대부분 수도권 외곽이고, 사업 추진에 있어 ‘선결 과제’들이 부상하면서 공급 확대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시세차익 유인 無…사업자 참여할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사업 취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저소득층에게도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장기간 낮은 수익성을 감수해야 하고 부지 확보 측면도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누구나 집 1만785가구의 경우 당장 사업시행자의 수익이 대폭 줄면서 이들을 사업에 끌어들일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공공임대·뉴스테이에선 사업시행자가 분양전환 시 발생한 시세차익을 모두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구나 집에선 입주자가 시세차익을 가져가고, 사업시행자는 적정 개발이익 10% 정도만 얻을 수 있다. 또 사업시행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분양전환 때까지 투자금(전체 사업비 5% 이상)과 시행자 이익(전체 사업비 10%) 회수를 금지하고, 집값이 하락하면 우선 충당하도록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0년 전에 분양가를 정해 놓는 이 사업 구조는 입주자가 향후 주택가격 상승이나 하락과 관계없이 무조건 이익을 취하는 형태”라며 “얼마나 많은 사업자가 참여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위 위원장인 김진표 의원은 “우리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볼 때 전체적으로 가격 하락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라면서 “집값이 하락한다 해도 범퍼(완충 대책)가 만들어져 있어 사업자도 최소한 15%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용지 변경 합의 필수…‘과천 사태’ 재현?
2기 신도시 내 유보용지를 활용해 약 5800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구상 또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유보지의 경우 대학, 연구소, 문화·복지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는 자족시설용지로 활용하게 돼 있다. 해당 용지에 공공 분양·임대주택을 지으려면 지자체와 입주민의 동의를 얻어 주택용지로 변경해야 한다. 최근 과천정부청사 부지에 아파트 4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계획이 주민 반발로 전면 취소된 사례도 있어 이 같은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천에서는 과밀화를 우려한 기존 입주민들의 반대에 직면했다”며 “법 개정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과천은 지난 수십년간 주민들에게 ‘과천시민 전체 공유공간’으로 쓰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정부가 갑자기 (뒤집고)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니 반발이 있었던 것”이라며 “다른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추가 부지 확보, 사실상 어렵다”
결국 민주당으로선 정부의 기존 공급 방침인 2·4 대책 이외에 추가 공급을 위해선 부지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기존에 검토된 용산 미군기지 부지 활용, 도심 내 군 공항 이전,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모두 시간이 걸리거나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김 의원은 용산 기지와 관련해 “그런 아이디어가 당내 일부에서 제기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법상 공원으로 돼 있어서 법 개정을 하지 않는 한 논의할 수 있는 게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군 공항 이전과 그린벨트 해제 등에 대해선 “주로 전문가들이 주장한 대안이며 당장 올해, 내년에 이들을 택지로 만들 가능성은 전혀 없다”면서도 “다만 당정 합동 태스크포스(TF) 등에서 협의가 된다면 내년 대선공약으로 삼을 수 있는지 등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현미·김희원·박세준·이동수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