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재건·야권통합·대선준비… 이준석 대표 앞에 놓인 과제들

비대위 체제 이후 첫 정식 지도부
당 재건 등 정상궤도 진입 급선무
‘수권정당’ 면모 갖추기가 최우선
공정한 당직인선 첫 시험대 될 듯
안철수와 구원·윤석열 버스 탑승
해결 과제 산적… 고심 거듭할 듯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30대 ‘0선’으로 보수정당을 이끌게 된 이준석은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가. 11일 당선된 이 신임 대표에게 거는 보수 지지층의 기대가 크지만 일각의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한 세대까지 차이 나는 당 중진 및 대선 후보들과 협의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할 책임을 안게 됐다.

 

그에게는 전당대회 기간 노출된 갈등을 봉합하고, 지난 1년 여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된 당을 재건하는 것부터 시작해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다. 내년 3월 치러질 대통령선거 전 보수진영 통합과 대선 경선 관리가 주요 임무다.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더 큰 정치인으로 부상해 차차기 대선까지 노려볼 수 있다. 기성 정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구습을 밟는다면 나락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이날 이 대표가 사령탑을 맡고 최고위원·청년 최고위원 당선자들이 가려지면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4·15 총선 참패 이후 처음으로 정식 지도부를 갖추게 됐다. 지금까지는 비대위 체제에서 비대위원장까지 중도 사퇴하고,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겸임할 정도로 지도부 공백기였다. 이 대표의 첫 과제는 이런 당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특히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논쟁’, ‘영남당 논란’ 등 당내 분열과 갈등을 수습하는 게 급선무다. 이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공존’을 키워드로 제시하는가 하면, 당권 경쟁자였던 나경원·주호영 후보 등에게 손을 내밀면서 의욕을 보였다.

 

그간 ‘구태, 꼰대, 적폐’ 등 부정적 프레임에 갇혀 있던 당 이미지를 쇄신해 정권교체가 가능한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국민에게 보여야 할 중임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시작은 당직 인선이 될 전망이다. 경선 기간 내내 당내 특정 대권 주자(유승민 전 의원)와 가깝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아온 이 대표가 얼마나 적재적소에 능력 있는 인사를 배치하고, 공정하게 선발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이 신임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연설에서 “(문재인정부) 심판을 위해서는 변화하고 자강해서 우리가 더욱 더 매력적인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가장 먼저 추진할 변화는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의 구체적인 설계와 토론배틀, 연설대전을 통한 대변인단 공개경쟁 선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 중 토론배틀로 대변인 2명과 상근부대변인 2명을 선발하겠다면서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우리의 방식이 캠프 출신에 코드가 맞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에게만 기회가 열리는 현 집권 세력의 방식보다 공정하다는 그 확신이 우리를 대선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 비서실장과 사무총장 인선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준석 신임 대표(가운데)가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로 선출된 김용태(왼쪽부터)·배현진·조수진 최고위원, 김기현 원내대표, 김재원·정미경 최고위원과 손을 맞잡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당을 수습한 뒤에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 등 야권 통합이란 과제가 이 대표에게 주어진다. 경선 기간 이 대표가 과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점이 통합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대표로서도 이를 가볍게 넘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면 안 대표와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의 카페에서 만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한 대선 경선 관리는 당 대표가 반드시 해내야 할 책무다. 이 대표는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문제와 관련해 ‘경선 버스’(경선 일정)를 정해진 시간표대로 출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당권 경쟁자들은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행이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다른 대선주자들 진영에서 잡음이 터져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대표는 이를 얼마나 매끄럽게 해결하고 당 안팎 주자들을 한데 모아 대선후보를 선출할지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