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신공항이 들어설 수라갯벌에서 국제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에 이어 ‘금개구리’가 집단 서식한 사실이 확인됐다. 환경단체는 새만금 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이런 멸종위기종 서식 사실이 누락됐다고 주장하며, 생태적인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북녹색연합은 최근 새만금 수라갯벌에 대한 생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2급 양서류인 금개구리가 집단으로 서식하며 번식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일과 5일, 7일 세 차례 걸쳐 이뤄졌다.
조사 결과 총 9곳의 물웅덩이와 주변 지역 약 4000㎡에서 금개구리 성체와 올챙이, 알이 발견됐다. 금개구리 성체는 수백마리, 올챙이는 수천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개구리는 서해안 지역을 따라 국내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최근 개체 수가 감소하는 추세다. 환경부는 멸종위기 2급 양서류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멸종위기 취약종(VU)으로 각각 지정했다. 몸길이는 3.5∼6㎝가량이며, 등 양쪽에 금색 또는 갈색 선이 2줄로 나 있고 배면이 대부분 황색이어서 금개구리로 불린다.
앞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지난 5일 이곳에서 시민과 활동가들이 함께하는 제1차 새만금 수라갯벌 걷기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흰발농게 집단 서식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흰발농게는 멸종위기 2급으로 2011년~2013년 새만금호 수위를 낮추기 전까지 수라갯벌 물끝선(갯벌과 바닷물이 만나는 선)에 집단서식했으나, 새만금호 내측 해수면을 1.6m 이하로 낮추면서 갯벌이 말라 서식지도 점차 사라졌다.
또 전북녹색연합은 지난달 24일 새만금 사업지 인근 무인도 노루섬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된 저어새 100여 마리와 천연기념물 제361호인 노랑부리백로 30여 마리가 집단 서식하고 있는 모습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섬 주변에 암초가 많아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데다 주변에 물고기와 새우류 등 먹잇감이 풍부한 새만금 수라갯벌 등이 분포한 때문이라며 서식처 보존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는 전 세계에 3000∼4000여 마리만 서식하고 있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적색목록 위기종(EN)과 취약종(VU)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는 전 세계 저어새 번식지의 90% 이상 위치하고 노랑부리백로 전 세계 개체 수의 80% 정도가 분포해 희귀종 생존·서식에서 매우 중요한 지위에 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수라갯벌은 이번에 조사된 금개구리를 비롯해 흰발농게 집단 서식, 저어새 번식지 확인은 물론 20종 이상의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과 번식이 보고됐다”며 “공항을 건설하기에 환경적으로 적합하지 않음이 확인된 만큼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새만금 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서는 사업 부지인 수라갯벌에서 금개구리는 물론 흰발농게 서식, 저어새 번식지 등이 모두 누락돼 평가서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게 됐다”고도 했다.
보호가 필요한 멸종위기종의 서식과 번식이 시민단체에 의해 어렵지 않게 조사되는 상황은 부실하게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가 개발 사업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거짓 작성은 아니었는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국토부와 환경부는 수라갯벌에서의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을 백지화하고 람사르습지 등록 등 생태적인 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군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