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팀’ 압박하는 박범계… 월권 논란 자초 [현장메모]

“피의자로 수사, 피해자로 수사. 이것을 이해충돌이라 하는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법원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 혐의 사건 파기환송 결정을 보도한 기사 링크를 올리며 자문했다.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수사를 맡아 온 수원지검의 이정섭 부장검사가 김 전 차관의 성 접대·뇌물 혐의 재판의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것이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부장검사는 2019년 김 전 차관 성 접대·뇌물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단에 참여했었다. 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만난 취재진에게 페이스북 글과 관련, “법조인들은 수사팀이 피의자로 수사했고 이번 출금 건은 피해자로 수사했으니까 이해상충이라고 본다”고 자답했다.

 

지난 4월 통과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서는 이해충돌의 개념을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에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규정한다. 이 부장검사가 김 전 차관 혹은 사건 관계인과 사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에 ‘이해충돌’이며 사건을 회피해야 한다. 그러나 이 부장검사가 내부 절차에 따라 배당받은 사건을 수사하며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기소 의견까지 개진한 상황에서 박 장관이 뒤늦게 이해충돌이라고 비판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가온 중간간부 인사에서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팀’ 교체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창훈 사회부 기자

올 초 공익 제보를 통해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 내부에선 관련 수사를 가장 공정하게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이 부장검사가 거론됐다. 앞서 이 부장검사가 참여한 ‘김학의 특별수사단’은 검찰에서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했던 김 전 차관을 상대로 재수사해 구속기소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검 지휘라인에 있었던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남관 대검 차장(현 법무연수원장),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현 수원지검장), 문홍성 수원지검장(현 반부패·강력부장)도 이 부장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한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이 자신을 구속한 이 부장검사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을 맡은 데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 ‘이해충돌 논란’을 핑계로 구체적인 사건을 거론하며 수사팀을 압박하는 것은 월권이다.


이창훈 사회부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