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 당선의 의미는 명확합니다. 절박한 변화와 쇄신, 그리고 개혁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당선된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이같이 적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반짝’하는 데 그쳤던 쇄신론이 다시금 부상한 것이다. ‘이준석 현상’이 민주당에겐 재보궐 참패만큼 위협적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당내 이준석’을 찾기 위한 자강의 고삐를 조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선 경선 일정과 방식 등을 논의할 대선기획단 구성부터 ‘세대교체’가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기획단장 하마평으론 송영길 대표가 발탁한 39세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이 거론된다. 이 최고위원은 나이뿐 아니라 배경에서도 이 대표와 대척점을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미 하버드대 출신의 ‘엘리트 금수저’를 상징하는 반면, 이 최고위원은 실업계 고교를 나와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흙수저’로 대표되고 있어서다. 이밖에 ‘조국 사태’에 쓴소리를 쏟아내 강성 친문(친문재인) 당원들로부터 난타를 당한 김해영 전 최고의원, ‘초선 오적’으로 찍힌 20∼30대 오영환·장경태·전용기·이소영·장철민 의원 등이 기획단 전면에 배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민주당으로선 본격적인 대선 준비를 착수하기에 앞서 내부 불안 요소부터 정리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가 ‘선결 과제’로 떠올랐다. 당 지도부가 국민권익위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이 불거진 의원 12명에 대해 자진 탈당을 권유한 것은 높은 호응을 얻고 있지만, 여전히 의원 일부가 탈당을 거부하고 있어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부동산 정책 실패 수렁에서 탈출하기 위해 당 부동산특위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친문계를 중심으로 한 63명의 의원이 ‘상위 2% 종합부동산세 부과 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할 정책 의원총회가 열리기도 전에 집단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등 사실상 ‘실력 저지’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로선 부동산 이견이 계파 갈등으로 번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물밑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호 첫 시험대, 16일 시작 ‘임시국회’
오는 16일부터 시작되는 6월 임시국회는 국민의힘 ‘이준석호’의 대여 관계를 평가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야 간 이견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손실보상 소급적용 문제, 민주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공급 관련 법안 등을 놓고 서로 간 접점을 찾아야 한다. 법제사법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재분배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직접적인 맞상대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1963년)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1985년)의 나이 차이는 22살에 달해 두 사람이 벌일 신경전에도 벌써부터 관심이 모이고 있다.
송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이 대표가 반대를 위한 반대, 적대적 공생이라는 구시대적 문법에서 탈피해서 큰 결단을 해주길 바란다”면서 “새 지도부 선출을 계기로 낡은 이념과 진영 논리를 벗어나 민생 정책, 미래 비전을 놓고 건설적으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여야 관계가 형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조속한 가동에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부동산 투기 근절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면서 “부동산거래신고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투기 근절과 관련된 9개 법안이 국회에서 심의 중인데 조속히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수술실 CCTV 설치법안에 대한 국민의힘 새 지도부의 입장을 따져 물으며 협조를 공개 압박했다. 윤 원내대표는 “새로운 정치는 국민의힘이 쳐놓은 ‘입법 바리케이드’ 철거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새로운 야당 지도부는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느냐”고 추궁했다.
이 같은 민주당 지도부의 발언에는 정치권의 쇄신 바람을 타고 당선된 이 대표가 야당의 일방적인 국정 발목잡기 행태를 되풀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대표가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합의해 정례화할 수 있도록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11일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여투쟁 관련 질문을 받고 “송 대표의 모습도 굉장히 개혁적이었다”며 개혁 경쟁을 다짐했다. 이 대표는 “국가를 위해 야당으로서 협력할 일이 있다면 협력할 것”이라며 “문재인정부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면 가장 매섭고도 가장 창의적인 방식으로 지적하는 야당이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동수·장혜진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