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해 ‘냉전의 유물’(Cold War relic)이라며 “왜 아직도 존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러시아 해커 등이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라는 주장 등 러시아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을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 등이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배후라는 미 당국의 주장에 대해 “증거가 제시된 적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는 대선 개입, 사이버 공격 등 온갖 것으로 비난당해왔다”면서 “하지만 한 번도, 단 한 번도 증거를 내놓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에서 확산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를 언급하며 “우리가 그 시위를 촉발했다는 비난이 아직 없는 게 놀라울 뿐”이라면서 “근거가 있는 시위”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 대해 “미·러 관계에 있어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간첩 등 혐의로 억류 중인 미국인 트레버 리드와 폴 월런 문제를 논의하는 데 열려 있다는 입장도 보였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1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유튜브 계정으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미·러 정상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묻자 “푸틴 대통령에게 그가 선택한다면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알려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만약 그가 협력하지 않기로 하고 사이버 안보 분야 등에서 과거에 했던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우리는 맞설 것”이라며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협력하기 위해 우리의 상호 관심사, 그리고 세계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결정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며 “(상호 관심사에) 동의할 수 없다면 레드라인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