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선 6개월 전 당원들과 호흡 필요” “尹, 이젠 국정운영 능력 보여야” 조언도 하태경·원희룡 등 당내 주자도 입당 압박
尹측 “아무것도 결정 안돼”에 비해 진전 이른 입당, 외연 확장 한계 우려에 고심 ‘尹 입당 굳히고 시기만 재는 듯’ 관측도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시기를 둘러싼 ‘밀당’(밀고당기기)이 이어지고 있다. 전당대회 때부터 8월을 입당 시한으로 못박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연일 윤 전 총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당내 대선주자들도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윤 전 총장 측의 메시지가 미묘하게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그가 입당할 마음을 이미 굳혔고, 시기만 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15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을 향해 “문재인정부에 저항하는 이미지 말고도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윤 전 총장 등 당밖 대권주자들의 입당 시기와 관련해선 “대선 전 6개월 정도는 당원들과 호흡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나중에 적극적인 서포트를 받을 수 있다”며 8월을 입당 마지노선으로 제시한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외부 주자들이 합류해야 별다른 잡음 없이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다소 진전된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이동훈 대변인은 라디오방송에서 ‘이 대표가 제시한 8월 안에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가 결정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윤 전 총장도 그런 캘린더(일정표)를 염두에 두고서 국민 여론을 보고 있다”며 두 사람의 시간표가 상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정권교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국민 여론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가야 한다고 본다”며 “구체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요구가 많다”고 했다.
다만 이 대변인은 “그냥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것은 ‘윤석열식’이 아니다, 페이스대로 가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듣고 있다”며 “윤 전 총장은 자유민주주의, 상식, 공정의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늦지 않은 시간에 선택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날 이 대변인의 말은 전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국민이) 가리키는 길대로 따라간다”며 “차차 보면 아실 것이다. 모든 선택은 열려 있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는 전언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윤 전 총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날 대권 도전을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윤 전 총장이) 입당을 하려면 빠를수록 좋다”면서 “늦으면 늦을수록 (국민의당 대표인) 안철수의 선례가 있지 않나”라고 경고했다. 이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힘 합류를 거부하고 야권 단일화 경선에 나섰다가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패배한 일을 언급한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윤 전 총장을 ‘특정인’으로 지칭하며 당의 ‘대선버스’가 정시에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놓고 장고에 들어간 건 이른 입당으로 외연확장에 대한 한계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여야를 통틀어도 지지율 1위에 오르는 경우가 더 많다. 섣부른 입당으로 중도 또는 진보 성향 지지자들이 빠져 오히려 지지율 하락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또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가는 게 윤 전 총장 입장에선 유리할 게 전혀 없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입당과는 별개로 윤 전 총장의 보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윤 전 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옛 문화광광부 장관을 지낸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와 4시간가량 김대중도서관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는 방명록에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다”고 적었다. 윤 전 총장이 앞서 5·18 관련 메시지를 낸 데 이어 ‘DJ(김대중) 정신’ 관련 행보에 나선 것은 호남 민심을 공략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