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측이 17일 대선후보 경선 일정 연기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재명 경기지사 우위의 대선 판이 굳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욱이 송영길 당 대표가 현행 당헌·당규대로 경선 일정을 조기 확정하는 쪽으로 움직이자 당내에서는 급속히 ‘반이재명 연합’이 구성됐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측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의원총회 소집 통보는 18일로 예고된 당 지도부의 경선 일정 결정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경선 일정 연기를 위한 의원총회 요구서에 서명한 한 의원은 “주자나 계파와 관계없이 의총을 열어서 경선 연기 여부에 대한 의견을 다 같이 모아보자는 것”이라며 “그동안 공개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이재명 지사 측의 반발이다. 당 지도부로서는 경선 일정을 연기할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일부 주자들의 반발을 이유로 원칙을 바꿀 경우 서울·부산 시장 후보 공천 사태와 같은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민주당 출신 서울·부산 시장이 성 비위 사건으로 유고 상태가 됐는데도 당초 약속과 달리 후보를 공천했다가 참패한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 지사 측의 한 의원은 이날 저녁 당내에서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연판장 회람이 이뤄진데 대해 “이게 언제적 정치행태인가”라며 강하게 분개했다. 그는 통화에서 “연판장을 돌리는 의원들의 행위는 줄 세우기식, 편가르기식 정치에 다름 아니다”라면서 “이 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경쟁력이 없다고 당원들이 이미 판단했다. 이런 와중에 무슨 경선을 연기한다는 말인가”라고 성토했다. 이재명계의 또다른 의원은 “연판장을 돌렸다는 것은 당을 분열로 가져가겠다는 것으로밖에 비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호남지역의 한 의원은 “소식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당내 대선 경선 일정을 둘러싼 갈등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재보궐 참패 이후 들어선 새 지도부가 연일 ‘쇄신’과 ‘혁신’을 강조했지만, 결국 각자의 이해관계와 계파에 따른 당내 분열만 고스란히 노출되고 말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혜진·배민영·이동수 기자 janghj@segye.com